1년만에 또… 이란 히잡 비극
히잡을 쓰지 않고 지하철을 탔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10대 소녀가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로이터 등이 이란 언론을 인용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에 이어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다시 불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국영 방송 IRINN은 이날 “아르미타 가라완드(16)가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뇌사 상태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일 가라완드는 이란 수도 테헤란의 지하철에서 이른바 ‘도덕경찰’로 불리는 지도순찰대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쓰러진 후 지금껏 치료를 받아왔다. 지난 4일부터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 단체 헨가우는 히잡 착용 의무를 어긴 가라완드를 지도순찰대가 단속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공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통신사 IRNA가 공개한 승강장 영상에 따르면, 히잡을 쓰지 않고 지하철에 탑승한 가라완드는 잠시 후 의식을 잃은 채 밖으로 들려 나왔다. 이란 당국은 지도순찰대의 폭행을 부인하면서 가라완드가 저혈압 쇼크로 실신해 쓰러지다 금속 구조물 등에 머리를 부딪힌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하철 내부의 영상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와 유사해 이란 당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엔 이란 지도부에 누적된 불만이 아미니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하면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란 전역에서 일어났다. 이란 당국의 진압 과정에서 530여 명이 시위 중 사망했고, 110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19일 유럽의회는 올해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자로 아미니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옛 소련 반체제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이름을 따 1988년 제정된 것으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수호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시상한다. 앞서 지난 6일 발표된 올해의 노벨평화상도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가라완드의 뇌사가 아마니의 의문사에 이어 이란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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