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교대 총장 “교대와 사범대 통폐합해 전국에 4곳 두면 충분”
정부가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등 입시와 교육을 개혁하겠다고 발표했다. 입시는 대학 교육과 직결되는 문제다. 대학 경쟁력은 미래 인재 양성을 좌우한다. 전국 대학 총장을 연쇄 인터뷰해 입시와 대학 개혁 등 우리 교육을 근본부터 혁신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김창원(61) 경인교대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급격히 줄어드는 학령 인구에 맞춰 교사 정원을 적정한 규모로 줄일 필요가 있다”며 “교대와 사범대를 교원종합대로 통폐합하고 전국 네 권역에 1곳씩 총 4곳 정도를 두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교원종합대는 유치원부터 고교 교사까지 모두 양성하는 시스템이다. 수능 검토위원장을 지낸 김 총장은 “정답률이 10% 미만인 초고난도 문제는 변별력이 (오히려) 떨어진다”며 “찍어서 맞힌 학생 비율도 높고, 반대로 이해한 학생이 틀리는 경우도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 수능부터 ‘킬러 문항’이 없어진다.
“20년간 수능 관련 업무를 많이 담당했다. ‘킬러 문항’은 5년 전부터 의대 등 일부 최상위권 대학의 요구로 출제했다. 수능 점수로 최상위권 학생을 가려낼 필요도 있었기 때문에 한두 문제 만들었다. 그런데 몇 년 반복하면서 초고난도 문제가 더 복잡해졌고 사회적으로 사교육비가 치솟는 등 피로감이 커졌다. ‘킬러 문항’을 배제할 때가 됐다.”
-수능 전문가가 본 ‘킬러 문항’ 문제점은.
“정답률이 10% 미만인 초고난도 문항은 변별력이 (오히려) 떨어진다. 너무 어렵다 보니 맞힌 학생 중에도 찍은 비율이 꽤 높다. 반대로 관련 개념을 이해한 학생이 틀리는 경우도 너무 많다. 교육적이지 않다. 사실 수능처럼 표준화한 시험에서 지나친 변별력을 요구하면 교육 현장이 망가진다. 수능 공부에 치우치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능을 미국의 SAT(대입 자격시험)처럼 자격시험화하고 여러 차례 응시할 수 있게 하자고 한다. 한 문제로 인생이 갈리는 ‘고부담’ 시험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검토위원장이던 2019학년도 수능에서 우주론과 만유인력 등 개념이 지문으로 나온 국어 31번이 ‘킬러 문항’이었다.
“지나치게 꼬아낸, 잘못된 문제다. 검토할 때에도 ‘초고난도’로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 지문이 EBS 교재에 이미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엔 수험생이 풀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출제진끼리 논리에 빠져 학생들 처지를 잘 살피지 못했다. 학원들은 EBS 교재로 변형한 문제를 많이 만든다. EBS 교재를 활용하는 수능 출제진이 학원과 안 겹치는 문제를 내기 쉽지 않다. 수능 문제가 점점 꼬일 수밖에 없다.”
-학령 인구 감소가 가파르다.
“학생 수가 줄어도 (대학 서열이 있는 한) 최상위권 대학 경쟁은 계속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학이 너무 많다. 4년제 일반 대학만 약 200곳, 전문대까지 포함하면 400곳이나 된다.”
-학령 인구 급감에 비해 교대 숫자도 많지 않은가.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은 전국에 총 13곳이다. 한국교원대와 교대 10곳, 종합대 초등교육과 2곳이 있다. 한 해 입학 정원은 3800여 명이다. 중·고등학교 교사를 기르는 사범대 정원도 2만명에 달한다. 교육 관련 대학 숫자도, 입학 정원도 학령 인구에 비해 많다. 국립대부터 교대(초등학교)와 사범대(중·고교)로 나뉜 교사 양성 기관을 ‘교원종합대학’으로 통폐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원종합대 1곳당 규모를 키우되, 전국 네 권역에 1곳씩 총 4곳 정도면 충분하다. 교원종합대를 만들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교사까지 모두 한 기관이 양성할 수 있다. 본인 희망에 따라 유치원·초등·중등 교사 자격을 복수로 취득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 ‘저학년 전문 교사’ ‘고학년 전문 교사’ 등을 만드는 것도 제안하고 싶다. 지금 한국을 제외한 주요국 대부분이 초·중·고 학교 간 구분 없이 같은 기관에서 교원을 키우고 있다. 교사 한 명이 여러 과목을 가르치도록 허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학교 간, 과목 간 벽을 허물어 교원 수급 구조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유치원·초등·중등 교육과정은 전문성이 있지 않은가.
“예전과 비교하면 유아, 초·중·고 학생의 발달 과정이 훨씬 빨라졌다. 초등학교 1학년과 6학년은 서로 다른 ‘인종’에 가깝다. 초등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은 명백히 구분하기 어려운 전환기다. 학령 인구 감소로 지방에선 이미 초중등 학교를 통합 운영하기도 한다. 초등, 중등에 따라 교사 자격의 벽을 세우는 게 맞지 않는다.”
-교대·사범대 정원을 대폭 줄이자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학급당 학생 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다.
“학령 인구 감소에 맞춰 교사 임용 규모나 교대·사범대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하는 것은 맞는다. 하지만 평균의 함정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OECD가 최근 발표한 한국의 초등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6.1명이다. 그런데 이때 교사는 수업하거나 담임 맡는 교사 외에 다양한 교사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도시엔 과밀 학교가 있는 반면, 도서 산간 지역엔 전교생이 10명 미만인 학교도 있다. 평균만 놓고 정원을 논의하는 건 부적절하다. 요즘 교사는 학부모 요구가 너무 많아 업무 부담이 커졌다.”
-자퇴하는 교대생이 늘었는데.
“다른 대학도 자퇴생이 많아 교대만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수능 성적에 맞춰 대학에 온 정시 입학생은 중도 탈락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 사실 교대는 공부를 얼마나 잘하느냐보다는 ‘마음이 따뜻하고 오지랖이 넓은’ 학생이 제일 맞는다. ‘교직 적성’이라고 하는데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주는 성격의 학생이 맞는 대학이란 뜻이다. 수능 위주 전형으로는 이런 성격을 볼 수 없다.”
-교대 개혁 방법은 뭘까.
“교원 양성 대학을 5년제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5년 중 한 해는 일선 학교에서 수습 교사로 근무하는 것이다. 교사 한 명에게 쏠리는 학부모 민원과 업무 부담을 수습 교사가 다소 덜어줄 수 있다. 이미 유치원엔 원아가 많은 반에 교사 2명을 투입하는 곳이 많다. 수습 교사도 (교대 졸업 후) 20대 초반에 바로 담임을 맡아 학부모와 학생을 직접 상대하기보다 현장에 적응하는 유예 기간이 있으면 더 좋다. 교대 교육과정에서 학부모와 소통하는 법, 문제 학생을 지도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데.
“아이들이 귀한 시대다. 일부 부모는 교사를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서비스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내는 세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니까, 학교와 교사는 나와 자녀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김창원 총장은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고교 교사로 근무하다 서울대에서 국어교육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95년 인천교대(경인교대 전신) 교수로 임용됐다. 경인교대 교무처장, 교육전문대학원장을 거쳐 2021년 총장으로 취임했다. 2016~2020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자문위원을 지냈다. 2019학년도 수능 총괄검토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교육부 국가교육과정 정책자문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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