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김치 이어 칭다오 ‘소변 맥주’...“냉장고서 꺼내 다 버렸다”
중국 산둥성 핑두시의 칭다오 맥주 공장에서 남성 직원이 맥주 원료(맥아)에 오줌을 누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중국 인터넷에 퍼지면서 그 파장이 한국에도 미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칭다오 맥주 수입업체는 “영상 속 공장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맥주를 만드는 공장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은 확산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2년 전 ‘알몸 김치’ 사건이 떠오른다”는 말이 나왔다. 2021년 중국의 한 김치 공장에서 남성 직원이 옷을 벗고 수조에 들어가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내 식당들은 앞다투어 ‘중국산 김치를 쓰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를 붙였다.
이번 ‘소변 맥주’ 영상은 지난 19일 중국의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 올라왔다. 작업복을 입은 한 남성이 성인 어깨 높이의 울타리를 넘어 맥아(麥芽) 보관소로 들어간 뒤 주위를 둘러보고는 소변을 보는 듯한 행동을 하는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산둥성 핑두시 칭다오 맥주 3공장에서 직원이 맥아 보관소에 소변을 보는 장면이라는 자막이 달렸다. 이 영상은 이튿날 웨이보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고 환구시보 등 현지 매체들도 일제히 보도했다.
핑두시 시장감독관리국은 “해당 공장의 모든 원료를 봉인하고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며 “사실로 드러나면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중국 공안도 조사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중국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앞으로 칭다오 맥주를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1903년 설립된 칭다오 맥주는 중국의 4대 맥주로 꼽힌다. 중국 내 공장이 60여 개에 달한다. ‘소변 맥주’ 영상의 배경인 칭다오 맥주 3공장은 연간 생산 능력이 120만kL로 세계적인 규모다. 칭다오가 가장 공들여 현대화를 진행해 온 공장으로 꼽힌다.
칭다오 맥주는 한국 수입 맥주 시장에서는 점유율(소매점 매출 기준) 1~2위를 달리는 인기 제품이다. ‘소변 맥주’ 기사를 접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어제 칭다오 맥주를 마셨는데 충격” “앞으로 칭다오 맥주를 못 먹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칭다오 맥주 공식 인스타그램은 네티즌들의 항의 댓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그동안 먹었던 칭다오가 ‘소변 맥주’라니 정신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다”고 했다. 노상 방뇨를 하는 이모티콘을 올리는 네티즌도 있었다. 칭다오 맥주 본사와 국내 수입사 홈페이지는 사건 발생 이후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칭다오 맥주 광고 모델인 배우 정상훈씨 인스타그램에도 “맥주에 소변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사실이 맞느냐”는 질문이 여럿 달렸다.
파장이 커지자 칭다오 맥주의 국내 수입사인 ‘비어케이’는 “한국에 들여오는 칭다오 맥주는 논란이 된 제3 공장이 아니라 제1·2·5 공장에서 생산된다”며 “공장별로 각자 보관 중인 맥아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상 속) 문제의 맥아가 다른 공장에서 사용될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주(駐)칭다오 대한민국 총영사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영상 속) 제조 공장은 식약처에 ‘해외 제조업소’로 등록되지 않았고 국내 수입 제품은 다른 공장에서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수입되는 제품의 ‘해외 제조업소’로 등록된 칭다오 맥주 공장은 중국 칭다오시 스베이구·리창구·라오산구 등 3곳에 있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다만, 칭다오 맥주 라벨에는 본사 소재지 주소만 적혀 있어 어느 공장에서 제작된 것인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한다.
수입사 등의 해명에도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더 커졌다. 직장인 김시진(28)씨는 “중국 내수용 공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는데, 자국민이 먹는 내수용 공장이 그 지경이라면 수출용 공장이라고 괜찮을지 의문”이라며 “다른 중국산 식품도 불안해 못 먹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이창헌(21)씨는 “지금껏 ‘뇨(尿·소변)다오’를 죽으라 먹은 셈”이라고 했고, 김모(28)씨는 “냉장고에 넣어둔 칭다오 맥주를 다 갖다 버렸다”고 했다.
칭다오 맥주는 2015년 ‘양꼬치엔 칭다오’라는 광고가 화제가 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8년 일본 아사히 맥주에 이어 수입 맥주 점유율 2위를 기록했고, 한일 관계가 좋지 않았던 2019년 7월 일본산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일본 맥주를 제쳤다. 이후 네덜란드산 하이네켄에 밀려 작년까지 수입 맥주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가 올해 상반기 다시 수입 맥주 1위가 됐다.
국내 양꼬치 집이나 주점,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했다. 소상공인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중국 사건으로 칭다오 맥주 판매량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칭다오 맥주 받아둔 것 반품해도 되는지 본사 문의해 보신 분?” 같은 글을 올리며 정보를 공유했다. 유통업체들은 “당장 반품 문의가 들어온 것은 없으나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수입사인 비어케이 측은 “칭다오 맥주 본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당 사건이 발생한 공장을 폐쇄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선 “다른 공장도 비슷한 환경에 맥아를 보관하는지 등은 알기 어렵다”고 했다. 현지 언론을 통해 이번 영상 속 장소가 원래 물류업체 주차장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회사 측의 관리 부실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영상 속 남성도 칭다오 맥주 직원이 아니라 협력사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맥주 업체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제품 생산용 원재료를 외부에 쌓아 놓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배로 선적해 수입한 맥아를 공장으로 옮기고 보관하는 과정에서도 습도나 위생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일로’라고 부르는 곡물 전용 탱크에 따로 맥아를 보관한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원료 보관 시설도 맥주 생산 시설과 마찬가지로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위생복을 필수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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