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 힘든데… 은행 창구 찾아 삼만리
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홍(82)씨는 지난 16일 카카오톡으로 병원비 3만2500원이 청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인터넷 뱅킹을 해본 적이 없던 주씨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나 문자 기능만 이용할 줄 아는데, 진료비까지 보내야 해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이틀 뒤 그는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앞 노인 전용 은행 점포를 찾았다. 시중은행의 ‘어르신 대상’ 특화 영업점이었다. 그는 “이곳에 와서 겨우 진료비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통장 관리, 계좌 이체 등 은행 업무가 전반적으로 디지털화되면서 자신의 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 은행 앱을 사용하기 어려워하거나, 디지털 거래의 신뢰성을 의심해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도 은행 창구를 이용한다. 하지만 은행이 지점 수를 줄이고 있고, 단순 업무 담당 은행원도 적어지면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경남 사천시 축동면에 사는 정모(75)씨는 “자녀에게 돈을 보내거나 쓸 돈을 찾을 때마다 은행에 가야 하는데, 가까운 은행에 가려면 버스 정류장까지 20분을 걷고 30분간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씨는 “은행 업무를 보는 데 1~2시간이 걸려 한번 은행을 오가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고 했다. 박금녀(73)씨는 “딸이 이용 방법을 알려줘도 늘 까먹는다”며 “자칫 잘못 눌러서 돈을 잘못 보낼까 봐 걱정돼 인터넷 뱅킹은 시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씨는 “통장 잔액을 확인하려 해도 화면 글씨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아, 길을 가다 젊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대신 확인해 줄 수 있는지 부탁하기도 한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927곳이던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점포 수는 올해 6월 3279곳으로 648곳 줄었다. 16%가량 줄어든 것이다.
점포를 줄인 시중은행들은 노인층 수요를 고려해 노인복지관 등에 출장소를 운영 중이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는 ‘시니어 라운지’라고 적힌 노란 버스 옆으로 60대 이상 노인 1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하루에 30~50명이 이곳 점포를 방문하는데, 대부분 70대 이상이라고 한다. 한모(79)씨는 이날 종이 통장 두 개와 도장, 신분증이 담긴 봉투를 들고 이곳을 찾았다. 한씨는 “현금 20만원을 뽑으러 왔다”며 “출금하려는 돈이 적어서 그런지 일반 은행 직원에게 말하기 눈치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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