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미술인, 전시장 찾아 ‘삼만리’

강주영 2023. 10. 2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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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원주에 돌아와 활동중인 안애진 화가는 최근 강원문화재단의 지원사업에 선정돼 원주지역 카페 3곳에서 전시를 연다.

안 작가는 "무료 전시장이 없고 기존 시설은 낙후돼 있다보니 카페를 선호하게 된다"며 "무료관람인지 묻는 관객도 꽤 있는데 문화 인프라와 경험이 수도권에 비해 적다보니 전시장 진입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공간 등을 통해시민의 작품 감상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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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중심 카페 전시 늘어
원주 ‘작은 미술관 프로젝트’도
도미술협 서울서 ‘강원갤러리’
“전시 경험 늘릴 공간 마련 필수”
최힘찬 작가가최근 원주에서 진행중인 ‘나의 작은미술관’ 프로젝트 모습

고향 원주에 돌아와 활동중인 안애진 화가는 최근 강원문화재단의 지원사업에 선정돼 원주지역 카페 3곳에서 전시를 연다. 젊은 고객이 자주 찾는 카페는 안 작가에게 좋은 작품 판로다. 사전 논의를 거쳐 고객 동선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다. 작품 훼손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선택한 것은 마땅한 전시장을 찾지 못해서다. 지난 여름 여러달 고생해 완성한 작품을 한 지역 갤러리에 걸었으나 전시 중 물이 샜다. 이후 다른 공공 전시장을 찾았으나 턱없이 부족했다. 치악예술관이나 남산골문화센터 등은 대관료가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카페를 선택했다. 안 작가는 “무료 전시장이 없고 기존 시설은 낙후돼 있다보니 카페를 선호하게 된다”며 “무료관람인지 묻는 관객도 꽤 있는데 문화 인프라와 경험이 수도권에 비해 적다보니 전시장 진입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공간 등을 통해시민의 작품 감상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했다.

춘천에서 활동하는 김남주 도예가도 최근 강릉 한국여성수련관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서재로 쓰이던 곳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 전시장으로 꾸린 곳이다. 김 작가는 “자유롭게 관람해도 되는지 몰라 망설이는 관객이 많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 스스로 전시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생겨났다. 원주의 최힘찬 작가는 전시공간을 찾지 못하는 작가들의 고민을 듣고 최근 ‘나의 작은 미술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지역 카페와 연계, 안애진·솔마·영케이 작가에 이어 최근 4번째 작가까지 선정했다. 작품이 판매되면 공간을 무료 제공하는 카페에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 지역 소상공인과도 상생한다. 최 작가는 “시민들과 시각예술을 쉽게 즐길 수 있는 지역 공간이 너무 적다”며 “시민이 자주 오가는 대중성 있는 카페를 활용해 문턱을 낮춰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화천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길종갑 작가는 최근 에코아트페어-제로섬씽 개막식에서 “지역에 역량있는 젊은 작가가 많이 모이고 있는데 잘 견디며 활동할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며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안애진 작가의 카페 전시 현장.

강원 대표 미술단체는 서울로 간다. 한국미술협회 강원지회는 오는 25∼30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2023 문화자치의 첫 걸음 ‘강원갤러리’를 개최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립미술관이 없는 열악한 상황 속에 지역을 벗어나 강원미술을 전국에 알리고, 강원작가의 격을 높이는 시도다. 이종봉 도미술협회장은 “60여년 역사의 강원 화단의 작품을 보관할 공간이 없다. 도립미술관은 수장고 역할과 함께 강원 미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이번 전시는 외부에 강원 미술계의 위상을 알리고 높이기 위해 마련했지만 전시공간 자체가 지역에 없는 실정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윤선 춘천미술협회장은 “깊이있는 기획전시를 보려면 서울로 가는 경향이 많다”며 “춘천조차 시립미술관이 없고 관련 논의도 늦다보니 시민들이 문화경험을 누릴 기회도 그만큼 늦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월 기준 도내 공립미술관은 춘천·강릉·양구·인제·양양에 1곳씩 5곳, 사립미술관은 16곳이다. 철원의 경우 사립형태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이1곳도 없다. 강원문화재단의 2020년 강원도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도내 등록 예술인은 2333명 중 미술 분야는 516명으로 문학(597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강주영 juyo9642@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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