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했지만 '준법 리스크' 속 험난한 길…삼성생명 전영묵號 순항할까?
국정감사서 미수령 보험액, 임직원 횡령 사건 등 도마 위
삼성생명 준법의지 부족 지적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올 3월 연임에 성공했으나 앞으로 헤쳐가야 할 길은 험난해 보인다. 삼성생명의 준법경영이 올해 들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삼성생명의 미수령 보험액, 임직원 횡령 사건 등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생명의 준법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는 우려도 나오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23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삼성생명과 콘도업체 아난티간 부동산 거래 비리 의혹과 관련해 사법 처리를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아난티가 2009년 4월 총매입가액 500억 원에 서울 송파구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최종 잔금을 내기도 전인 그해 6월 준공 조건부로 삼성생명에 되파는 계약을 맺어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이 부동산은 지상 17층·지하 7층 규모로 개발할 예정이었으며 아난티는 이 거래로 부동산 매입가의 2배에 가까운 약 97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양사 임직원간 뒷돈이 오간 정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5월 전영묵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전영묵 대표는 지난 2009년 삼성생명이 아난티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할 당시 관여한 투자심의위원 중 한 사람이었다. 삼성생명이 아난티와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전영묵 대표를 포함한 투자심의위원들이 제대로 검증을 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법조계에서는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양사 전(前) 직원들이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거래 비리 의혹으로 임직원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자 삼성생명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부동산사업부는 자산운용본부 소속이었으나 내부 인력 순환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폐쇄적 조직이었으며 별개의 조직처럼 움직였다는 것이다. 2009년 자산운용부문 사장이 부임하자 직속 부서로 분리되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부동산자산을 정리하면서 이후 자산운용부 소속으로 다시 재편됐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삼성생명이 대표금융회사로 있는 삼성금융복합기업집단에 내부통제 전담조직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며 경영유의사항 6건, 개선사항 8건 부과 등 행정지도를 내렸다. 주요 지적 사항은 내부통제 전담조직 강화, 소속 금융사간 공동업무 내부통제 유의, 내부통제·위험관리 기준 내규 제정권자 부적정 등이다.
◆ 국정감사서도 이슈 부각…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론도 고개 들어
국정감사에서도 삼성생명의 준법경영과 관련한 이슈가 도마에 올랐다. 보험금 미지급과 임직원 횡령 사건 등이다.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명·손해보험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생보사 중 누적 미수령 보험금이 가장 많은 회사는 삼성생명(2조 원)으로 나타났다.
황 의원은 "보험 가입 영업은 적극적이면서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여러 이유를 들며 미지급하는 경우 때문에 보험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011년 1월부터 8년 동안 2019건의 보험 계약에서 578억7900만 원을 부당하게 미지급했다.
또 최근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금융업권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7년여간 전체 보험업권에서 횡령을 한 임직원 수는 59명이며, 이들이 횡령한 금액은 47억4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환수가 이뤄진 금액은 13억800만 원(27.6%)에 머물렀다.
생명보험업계의 횡령 임직원 수와 금액은 총 35명, 22억3500만 원이다. 환수액은 4억3300만 원(19.4%) 수준이다. 생보사 중에서 횡령금액이 가장 많았던 곳은 삼성생명(8억3500만 원)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금융업권의 횡령을 내부통제 문제로만 인식한 채 셀프 준법경영 문화 정착에만 집중한다면 횡령은 만연할 수밖에 없다"면서 "반드시 철저한 관리․감독과 CEO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삼성생명의 준법경영이 올해 들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따르면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삼성 준법위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복귀 의견을 제시하면서 보다 철저한 준법 감시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신뢰와 믿음을 중요시하는 만큼 내부통제를 통해 횡령 등 사고 예방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남은행의 경우 2000억 원 이상 횡령을 했는데도 한 사람이 13년간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다. 본인이 자금을 집행하고 결제도 본인이 했다"며 "삼성생명도 마찬가지다. 자금을 집행하는 사람과 결제하는 사람이 달라야 하는데 한 사람이 2년 이상 한 부서에 있게 되면 부패한다. 순환보직을 시켜야하는데 전문성을 키운다고 한 부서에 오래 두게 되면 썩기 마련이고 비리가 발생한다. 그래서 모든 금융기관들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순환 보직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직원들에 대한 윤리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돈이 최고가 아니라 직업적인 소명 의식이나 그런 자부심을 갖게 하고 문제가 생기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금융기관은 신뢰와 믿음이다. 직원들에 대한 윤리교육 강화가 필요하고 한 부서에 오래 근무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순환 근무로 교체하고 자금의 집행과 결제하는 사람을 다르게 해서 2중, 3중으로 관리를 해야만 그러한(횡령 등)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영묵 사장은 2020년 삼성생명 대표이사에 올랐고, 올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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