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시위' 재점화할까… '아미니 닮은꼴' 10대 소녀, 뇌사 상태

"도덕경찰이 히잡 단속 중 폭행" 의혹
이란 국영 언론 "혼수상태 빠졌다 뇌사"
'아미니 의문사' 보도 기자 2명, 중형 선고돼

이란 10대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왼쪽)의 건강했던 시절 모습과 지난 1일 이란 테헤란의 지하철 객차 안에서 쓰러진 그를 동행 2명이 승강장으로 들어 옮기는 폐쇄회로(CC)TV 영상 속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 헹가우 홈페이지 캡처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지하철을 탔다가 도덕경찰한테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란 10대 소녀가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이란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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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 빠졌던 16세 소녀, 결국 뇌사"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국영 IRINN방송은 이날 "16세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의 건강 상태에 관한 후속 소식들은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상태가 '뇌사(brain dead)'임이 확실해 보인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가라완드는 이달 1일 이란 테헤란 지하철에서 혼수 상태에 빠진 뒤 지금껏 치료를 받아왔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는 히잡 착용 의무를 어긴 그를 도덕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폭력이 가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폭행 의혹을 부인한다. 가라완드가 저혈압 쇼크로 실신해 쓰러지다가 금속 구조물 등에 머리를 부딪혔다는 입장이다. 다만 진상을 밝힐 핵심 증거인 지하철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은 공개하지 않아 당국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발생한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 의문사'와 닮은 꼴이어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아미니 역시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갔다 숨졌다. 시신에 구타 흔적이 있다는 유족 주장에 이란 당국은 아미니가 기저질환으로 숨졌다고 맞섰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이란 전역으로 반정부 시위가 불붙어 수개월간 계속됐다.

지난해 9월 20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시민들이 마흐사 아미니의 사진을 들고 이란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탄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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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니 의문사' 첫 보도한 기자들에 10년 이상 중형 선고돼

시위를 유혈 진압한 이란 정부는 사회 통제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최근 이란 혁명법원이 아미니의 의문사를 처음 알린 닐루파르 하메디와 엘라헤 모하마디 등 여성 언론인 2명에게 각각 13년과 12년 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고 22일 전했다. 하메디는 혼수상태로 입원한 아미니를 끌어안은 부모의 사진을 촬영한 뒤 체포됐고, 모하마디는 아미니의 고향에서 치러진 장례식을 취재했다가 연행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들에게 제기된 혐의는 이란의 적인 미국 정부와 협력한 죄다. 이란 정보기관들은 지난해 10월 이들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이른바 히잡 시위와 관련해 두 사람 외에도 100명에 가까운 언론인을 체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