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칼럼] 한반도의 미래전쟁 대응전략

2023. 10. 22. 23: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첨단 방어체계 구축 동시에
전통적 전쟁 수행 방식 결합
‘하이로 믹스’ 전력 방식 통해
다양한 전쟁유형 대비해야

지난 10월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세력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방어망을 뚫고 시민들에 대한 급습을 가한 이래 발발한 전쟁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였지만,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준비하던 사우디와 이란을 포함한 중동지역 이슬람 국가들, 그리고 러시아 등은 하마스 세력을 감싸고 있다.

이미 지난해 2월부터 전개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올해 6월부터 우크라이나가 반격으로 전환하고, 러시아가 진지전 태세하에 방어작전을 수행하면서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나토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무기 등을 지원하면서, 유럽에서의 전운이 국제화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이 전개되고, 주요 국가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상황은 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겪는 양상으로 보인다. 세계의 화약고 가운데 하나로 지칭되는 동북아에서도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 그리고 북한에 의한 공세적 핵전략의 공표와 군사 도발의 가능성 등으로 말미암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간 미래전쟁에 관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두어 가지 담론이 제기된 바 있다. 서울대 미래전연구센터 등은 첨단 과학기술과 결합한 무기체계, 예컨대 사이버나 드론 등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연구 성과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과학기술강군을 표방하면서, 반도체나 양자물리학 등의 첨단 과학기술 연구의 성과들을 전력증강에 반영하려는 것은 이러한 미래전쟁 담론의 영향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필자를 포함한 전통적 안보연구자들은 전쟁의 원인이나 수행과정에서 인간적 요인이나 전략적 요인들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전쟁 원인과 관련하여 공세적 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가나 지도자들을 주목해야 하며, 그런 입장에서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면서 공세적 핵무력법을 제정한 북한발 전쟁 가능성이나 대만해협 등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우려해 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에서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전력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는 개전 초기 사이버 수단으로 우크라이나의 지휘통신체제를 마비시키려 하였으며, 양국 공히 드론을 경쟁적으로 운용하며 상대 전력의 위치 파악이나 주요 시설 파괴 등을 시도해 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에서도 사이버 전력이나 아이언돔 같은 첨단 미사일 방어체제가 전쟁 수행의 중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전통적인 전쟁수행 방식, 예컨대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 나타났던 진지전이나 화력전, 그리고 게릴라 침투나 비정규전 수행 같은 전쟁양상들이 여전히 현재 시점의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재현되고 있는 점들을 간과할 수 없다. 요컨대 근미래의 전쟁이라 할지라도 20세기에 나타났던 전통적인 전쟁수행 방식에 첨단 과학기술이 일부 수단으로 운용되는 양상이 상당 기간 지속하지 않을까 전망된다.

게다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북한은 비정규전이나 재래전쟁 방식에 더해 핵전쟁까지 수행할 수 있는 수단들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의 미래전쟁 대응전략은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신형 전력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기존 전력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하이로(High-low) 믹스 방식으로 다양한 전쟁유형에 대응하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에 더해 북한 핵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한·미동맹 차원의 핵확장억제 태세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마치 냉전기 미국의 케네디 행정부가 소련과의 핵전쟁 가능성뿐만 아니라 제3세계 지역에서의 국지전 가능성에 동시 대비하면서,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동시에 증강하는 유연반응전략을 채택한 것과 같은 대응전략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