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우리는 ‘딩크(DINK)’가 아닙니다

차주하 2023. 10. 2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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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35회 Ⅱ] 우리는 '딩크(DINK)'가 아닙니다

[스튜디오/프롤로그]

남현종/9층시사국 MC
"이번 주제는 딩크에 대한 얘기네요."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 의도적으로 아이를 안 낳는 맞벌이 부부>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여서 딩크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그게 아닌 사람들에 대한 얘기거든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저도 선배들을 보면 결혼은 했는데 한 3~4년 지났는데 아직 아이가 없는, 그런데 또 물어보면 안 가질 생각은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정연우/9층시사국 기자
"제 주변은 거의 다 결혼했는데 뭐 결혼했는데 아이가 없는 경우가 한 절반 되고 아이를 대부분 한 명밖에 안 낳은 그런 상황입니다. 주변이 그래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사실 제 주변도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또 저희 얘기이기도 하잖아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정연우 기자 연령대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왜 그럴까요?"

정연우/9층시사국 기자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들이 제일 많고요. 또 한 명 낳고 나면 '아, 이제 좀 할 도리를 다 했다. 그래서 더 낳을 필요가 있겠느냐.' 이런 의견들도 많고…."

남현종/9층시사국 MC
"우리나라가 합계출산율이 워낙 지금 문제가 많이 되고 있잖아요. 작년에 역대 최저 0.78명이었는데 올해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아마 추세를 보면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결혼 자체도 줄었지만 이렇게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싶어도 키울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미루는 부부들도 늘고 있는 거죠."

남현종/9층시사국 MC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고 싶지만 안 낳는데 딩크는 아니다, 이런 얘기인 건가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그렇죠. 그들이 왜 그렇게 얘기를 하는지 만나봤습니다."

■ 결혼은 "YES!" 아이는 "...?" 아이 원하지만 미룰 수밖에 없는 부부, 왜?

[VCR]
결혼 4년 차 맞벌이 부부, 전민철(가명) 씨와 이주영(가명) 씨가 살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신혼집입니다.


INT 전민철(가명)/ 37살, 엔지니어
"안녕하세요. 신혼부부는 아니지만 4년, 결혼한 지 4년 된 전민철입니다."

INT이주영(가명)/ 35살, 영상기획자
"아직 아이는 없어요. (기자: 두 분 맞벌이이신 거예요?) 네."

새벽 6시, 남편 민철 씨가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친 뒤 버려야 할 쓰레기봉투를 들고 집을 나섭니다.

INT 전민철(가명)/맞벌이, 무자녀
"(직장이) 저는 파주고 아내는 강남 쪽이다 보니까 서로 생활하는 시간대가 조금 달라요. 그래서 제가 1~2시간 먼저 움직이는 거고 아내는 저녁에 1~2시간 이후에 오고, 저랑 다르게."

같이 살지만 근무 시간이 다르다 보니 부부가 얼굴 보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2시간 뒤, 아내 주영 씨도 잠에서 깨 출근 준비를 시작합니다.
주영 씨는 출근길에 등원하는 유치원생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좀 복잡해집니다.


INT 이주영(가명)/맞벌이, 무자녀
"엄마들이 저보다 젊어요, 또래거나. 근데 저 사람들은 벌써 낳아서 학교 보내고 유치원 보내고 하는구나. 나도 빨리 낳아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면서 이미 늦었나?"

이런 고민도 잠시뿐,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출근길 지옥철 앞에선 당장 지각부터 걱정해야 합니다.

INT 이주영(가명)/맞벌이, 무자녀
"(기자: 벌써 기운이 빠지신 거 같은데요?) 이미 하루 에너지의 한 90%를 출근, 출근길에 다 쏟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쁩니다.

어느새 퇴근 시간인 저녁 7시. 며칠 전만 해도 일이 많아 새벽에 퇴근했지만, 오늘은 다행히 야근이 없습니다.

다시 한참 동안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퇴근길. 녹초가 된 상태로 집에 도착했습니다.


부부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하루의 첫인사를 나눕니다.
이렇게 지내다가 언젠가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요샌 난자 냉동도 고민 중입니다.

EFF 저녁 식사하며 대화하는 부부
이주영: "난 원래 작년까지는 난자 얼리는 걸 생각했었는데. 근데 알아보니까 호르몬 주사도 맞아야 되고 돈도 몇백(만 원)씩 깨지고 이러더라고."
전민철: "나도 이러다 40살 되겠어."
이주영: "그러니까."


자녀를 원하지만, 임신을 미룬 지 4년. 망설이는 이유가 뭘까요?
INT 이주영(가명)/맞벌이, 무자녀
"회사에서 내 자리를 안정적으로 만든 다음에 (자녀 계획을) 해도 되지 않을까. 그 안정적인 때는 생각보다 잘 찾아오지 않고 계속 바빠요."

INT 전민철(가명)/맞벌이, 무자녀
"끊임없이 힘들어요. (웃음)"

이런 고민은 아내 주영 씨가 더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경력을 이어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INT 이주영(가명)/맞벌이, 무자녀
"저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단 말이에요. 근데 저희 같은 회사의 경우는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되게 커요. 만약에 (육아휴직으로) 2년, 1년 이렇게 비우면 사실 누군가가 자리를 당연히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랬을 때 돌아간다는 그 확신이 일단 없는 상황이고."

(기자: 지금도 딩크족은 아니시잖아요?)
이주영: "아니에요. 네."
전민철: "예, 그렇게까지는 아닙니다."

INT 이주영(가명)/맞벌이, 무자녀
"아직 그래도 낳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 있나 봐요, 제 안에. 근데 이런 현실적인 상황에 답이 없으니까 안 낳는 거니까 미루는 게 된 거죠, 어떻게 보면."

INT 전민철(가명)/맞벌이, 무자녀
"애를 낳겠다. 안 낳겠다, 이걸 결정하기가 저한테는 되게 어려워요."

■ "둘째? 하나도 벅차요" 둘째 갖고 싶어도 포기해야만 하는 부부, 이유는?

민철 씨와 주영 씨 부부의 고민은 막연한 불안감일까요?
아이 1명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INT 유석(39살, 영업사무직), 황은미(34살, 영업사무직)
"저희는 지금 결혼한 지 7년 차고요. 만으로 4세 딸을 키우고 있는 가족입니다."


새벽 4시 반, 가로등 불빛만이 길을 비추는 캄캄한 시간에 유석 씨가 조깅에 나섭니다.

INT 유석/맞벌이, 자녀 1명
"아기 자는 시간에 딱 운동해야 하는데 저녁 시간은 좀 힘들더라고요. 육아가 체력전이다 보니까 체력 키우려고 (제가 운동 마치면 아내도) 아침에 같이 운동해요."


아침 7시, 아이가 잠에서 깨면 본격적인 육아 일상이 시작됩니다.
출근과 등원 준비를 동시에 하는 아침. 부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INT 황은미/맞벌이, 자녀 1명
"제가 탄력 근무가 돼서 늦게 출근해도 돼요. 그래서 제가 등원을 시키는 편이고요. 아침 8시 30분에 가서 (저녁) 6시 반까지는 계속 어린이집에 있습니다."

일터와 어린이집에서 세 식구가 각자의 하루를 보냅니다.


그런데 오늘은 하원을 맡는 아빠의 퇴근이 좀 늦었습니다.


INT 유석/맞벌이, 자녀 1명
(기자: 하원 시킬 때마다 시간 맞추시는 게 엄청 일이시겠네요.)
"그렇죠. 맞죠. 회식이나 제 개인 일정 때문에 갑자기 또 변수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운 좋게 어떻게 어떻게 맞춰 가고는 있는데 둘 다 일정이 겹칠 때가 있기도 하고.”

(기자: 하원 시킬 때 몇 명이나 남아 있어요, 아이들이?)
“거의 꼴찌예요. 지금 1명 정도, 남아 있으면? 그게 제일 미안하죠.”


EFF 저녁 놀이터에서 아이와 노는 아빠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놀이터는 이미 캄캄해졌지만 어쩐지 미안한 아빠는 짧게나마 최선을 다해 놀아줍니다.


부부는 두 살 터울로 둘째도 낳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하며 아이를 키우다보니 둘째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INT 유석, 황은미/맞벌이, 자녀 1명
황은미: "아플 때 어쨌든 저희가 달려가야 하는 처지인데 (아이) 한 명도 아픈 게 지금 감당이 안 돼서 두 명은 포기했습니다."

유석: "대안이 없어요. 긴급상황이 생기면 연차를 쓰는데 연차도 횟수가 제한돼 있고. 둘째 가지는 데 있어서 조건이 둘 중 한 명은 (직장을) 포기해야죠."

황은미: "제가 원하는 대로 일도, 육아도 100% 다 못 하는 상황이긴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오롯이 크기까지는 적어도 한 10년 정도. 그중에 한 2년 정도만 회사생활에서 봤을 때는 단축근무를 할 수가 있는 거고 나머지 8년은 허덕이는 시간만 있게 되는 거라. 근로 여건의 개선이 있었다고 하면 (둘째도) 낳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유석: "중요한 건 결국에는 부모가 애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 취업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지만 미루거나 포기하는 부부들...'출산 격차' 원인은?

취업하고 결혼이라는 문턱도 넘었지만, 아이를 갖고 싶어도 막상 갖지 못하는 부부들.
이런 경우를 '출산 격차'가 생겼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INT 김영아/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개인의 출산 의향이라는 것은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희망하는 자녀 수가 실제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출산 격차는 이러한 출산 의향이 실현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격차이고요. 예를 들자면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대 희망 자녀 수가 2명일 경우 출산을 만약 한 명을 했다면 여기서 격차는 1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출산 격차’가 왜 발생할까?

한국노동연구원이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 패널 가운데 결혼하고 취업도 한 청년을 대상으로 출산 격차를 연구했습니다. ‘1년 안에 아이를 낳고 싶다’고 답한 그룹과, ‘1~2년 안에 아이를 낳고 싶다’고 답한 그룹을 추려, 실제 출산 여부를 추적 조사했습니다. 출산을 못 했다면 연기나 포기, 결정 유예 중 어떤 이유인지도 알아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INT 김영아/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기혼 남성과 기혼 여성 둘 다 배우자가 일하고 있는 맞벌이인 경우, 1년 이내 단기 출산 의향이 실현되기보다는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현재 소득이 높으면 오히려 아이 낳기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INT 김영아/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1년과 2년 사이 출산 단기 출산 의향이 실현될 가능성이 기혼 여성의 경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실현에 비해서 포기 가능성이 크게 나왔다는 것인데요. 출산으로 인해서 현재 일자리에서 괜찮은 소득을 벌고 있다면 이 기회비용이 크다."

기존의 일자리와 소득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 때문에 아이 낳길 망설이게 된단 겁니다.
INT 김영아/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과거에는) 노동자로서 결혼한 여성이 하나의 불이익처럼 느껴졌다고 한다면 지금은 출산이 그걸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스튜디오]
남현종/9층시사국 MC
아이를 낳고 싶어도 망설이는 이유, 결국 일 때문이었네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그렇죠.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구 결과가 이걸 직접적으로 보여주거든요. 기혼 여성이 일주일에 근로 시간이 1시간 늘어났을 때 1년 안에 첫째 아이를 임신할 확률이 1%포인트씩 떨어진다는 건데요.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아예 임신을 미룰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 여성 주당 근로시간 1시간 증가 -> 1년 내 첫째 임신 확률 1%p 하락 (조사: 국회예산정책처, 2018)

정연우/9층시사국 기자
저희만 해도 이번 주에 야근 세 번째인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 일하는 시간이 제일 길지 않습니까?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맞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1,915시간이거든요. OECD 국가 중에 4위예요. 그런데 1위에서 한 3위가 멕시코나 칠레 같은 중남미 국가인데 이런 나라들에 이어서 가장 길게 일을 하는 거고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일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니까 이게 사실 또 애 키우는 데 시간을 못 쓴다는 얘기잖아요. 특히나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더 망설여질 것 같습니다.

정연우/9층시사국 기자
정부 지원책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육아휴직 급여, 부모 수당 인상 이런 것들이 있을 텐데 이런 저출산 대책들이 도움이 되지 않나요? 어떻습니까?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저희가 만나본 부부들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했거든요. 왜 그런지 한번 들어보시죠.

INT 이주영(가명)/맞벌이, 무자녀
"(현금성 지원이) 나오면은 좋기야 하겠지, 그런 것들이 도움은 되겠지, 정도? 근데 그게 있다고 해서 이제 마음 놓고 그러면 낳아도 되겠네, 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커리어를 잃으면 사실 그 지원도 평생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게다가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지금 추세가 워낙 심각하니까 세계적으로도 주목하고 있다면서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그렇죠. 선진국들이 대체로 출산율이 떨어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는 건데요. 한국의 저출산 현상을 분석한 미국 교수의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INT 더들리 포스턴/미국 텍사스 A&M대학 사회학과 명예교수
"미국에서는 1790년대 아이를 일곱 명 정도 낳았다가 이제 출산율이 1.7명 정도 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1960년대 여섯 명을 낳다가 이제 0.78명까지 떨어졌어요. 2100년이 되면 인구는 2천4백만 명으로 줄어들 거예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하버드대 골딘 교수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언급했는데요. 한국의 지난해 1분기 기준 출산율을 정확히 언급하면서, 한국은 빠르게 경제성장을 했지만, 특히 기업 문화가 사회와 세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 경쟁적 조직 문화에도 출산율은 서울의 5배, 미국 실리콘밸리 비결은?

[VCR]

미국 IT산업의 본거지, 실리콘밸리.
성과를 못 내면 살아남기 힘든 경쟁적인 기업 문화로 유명합니다.
그런데도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출산율은 2021년 1.5명을 넘었습니다. 서울의 2배가 넘는 건데요. 비결이 뭘까요?

INT 김혜진, 유호현/맞벌이, 자녀 2명
김혜진: "저는 로블록스라는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김혜진입니다. 아이는 6살 첫째, 둘째는 2살이고요."

유호현: "저는 트위터하고 에어비앤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있었고요."

13년 전 미국에 와 실리콘밸리에 정착한 부부에게서 실마리를 찾아봤습니다.
INT 김혜진/맞벌이, 자녀 2명
"월요일 금요일은 저는 재택(근무)을 하고 화, 수, 목은 회사를 가니까 7시 정도 일어나서 애들 깨워서 밥 먹이고 8시 반쯤 준비를 다 시키면 남편이 첫째 데려다 놓고 와서 둘째를 데리고 나가요. 둘째를 5시까지 데리러 가야 하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늦어도 제가 4시 15분에 (회사에서) 나와야 해요."

재택근무는 물론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오후 4시쯤 귀가하는 일상.
혜진 씨만 받는 특혜가 아니었습니다.
INT 유호현/맞벌이, 자녀 2명
"기본적으로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하루의 일과가 애가 있는 사람도 회사를 병행할 수 있는 정도의 스케줄이기 때문에"

INT 김혜진/맞벌이, 자녀 2명
"(업무용) 캘린더에 아이 (보육시설이나 학교에) 내려주고 데리러 가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때는 정말 너무너무 중요해서 큰일 나는 그런 일 아니고는 사람들이 (회의를) 정말 안 잡아요. ‘이때는 피해 줘’라는 거를 되게 명료하게 소통하는 방식이더라고요."

아이에 관한 일정이 어떤 것보다 우선시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INT 김혜진/맞벌이, 자녀 2명
"아이가 아프다 그러면 한 2~3일 못 오겠구나, 이거는 (회사에서) 예상은 하긴 해요. 아이를 가진 임원들이랑 같이 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다 알죠. 메신저로 얘기 많이 하기도 하고 줌으로도 하니까 그런 면에서는 (일하기) 괜찮은 것 같아요."

남성 직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INT 유호현/맞벌이, 자녀 2명
"한국에는 '워킹대디'라는 말이 없잖아요, 워킹맘은 있는데. 그렇다는 건 한국에서는 사실 아빠는 애가 있으나 없으나 사회생활을 똑같이 한다는 뜻이죠. 근데 여기서는 당연히 워킹 대디가 있고. 저희 첫째 같은 경우에는 주 양육자가 저였거든요. 무조건 아빠 찾죠, 엄마 찾는 게 아닌 거예요."

INT 김혜진/맞벌이, 자녀 2명
"남자들도 아이 육아에 완전히 올인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나가서 애들 행사 있거나 자원봉사하거나 정말 많이 해요."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은 배경엔 직원을 배려하지 않고선 인재를 구할 수 없는 기업들의 생존 게임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INT 유호현/맞벌이, 자녀 2명
"실리콘밸리의 핵심적인 원동력은 다양성이에요.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아이가 있는 사람대로 없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대로 자기 스케줄에 맞춰서 일해서 결과를 가지고 오는 거죠. 8시간씩 하는 사람은 또 그만큼 보상받고 그 속도로 가고, 또 12시간씩 하는 사람은 또 그 속도로 각자 다른 속도로 갈 수 있도록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과 육아의 병행을 존중하는 문화는 금전적 득실을 떠나 아이를 낳게 하는 강력한 요소였습니다.
INT 유호현/맞벌이, 자녀 2명
"한국 가면 돈도 주고 유치원도 공짜고 여기 유치원 한 달에 2~3천 불씩 하는데 한 달에 유치원비가 4백만 원 그런 거예요. 한국 가면 처음에는 좋은데 근데 내가 회사를 10~11시간 다니면서 그럼 아이랑 저랑 관계가 뭐가 되겠어요, 사실."

INT 김영아/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출산율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그런 정책보다는 일과 가정이 함께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정책들이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에필로그]

(기자: 어떤 상황이나 여건이 되면 고민 없이 낳을 수 있으실까요?)

INT 이주영(가명)/맞벌이, 무자녀
"(아이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있는데 지금 버는 소득이 줄어들지 않는 거면 정말 고민 없이 낳을 것 같긴 해요."

INT 전민철(가명)/맞벌이, 무자녀
"출산휴가나 이런 것들이 권장 사항이잖아요. 의무화는 아니고. 의무화를 시키는 거죠. 무조건 쉬어라. (아내: 응. 맞아.)"

INT 유석/맞벌이, 자녀 1명
"고민보다는 현실적으로 저 같은 경우는 체력을 길러서 에너지를 더 많이 만들어서 육아랑 일이랑 병행할 수 있게 그런 능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한 문제인 거 같아요."

INT 황은미/맞벌이, 자녀 1명
"일단 낳고 그냥 그때그때 집중해서 헤쳐 나가다 보면 아기가 어느새 커 있거든요."

(아이, 엄마·아빠에게 다가와) “나 목말라.” (다 같이 웃음…. 일어나는 엄마)

취재: 차주하
촬영 : 조선기 강우용 이수민
영상편집: 강정희 CG : 정예나
리서처: 김보현 김예은 AD: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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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하 기자 (chas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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