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예술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시, 그게 뭐야?’[천지수가 읽은 그림책]
intro
그림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를 아늑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돼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랄까. 온 우주가 나를 향해 미소 지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휙~ 하고 나를 그 시간으로 보내주는, 그림책은 폭신하고 따뜻한 타임머신이다.
화가 천지수가 읽은 아홉 번째 그림책은 ‘시, 그게 뭐야?’(토마 비노 글 / 마르크 마예프스키 그림 / 이경혜 옮김 / 북극곰)이다.
“시는 온 마음을 다해 환영하는 것.”
토마 비노가 쓰고 마르크 마예프스키가 그린 그림책 ‘시, 그게 뭐야?’는 시란 무엇인지, 시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는 비밀 통로일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문일까?’ ‘시는 질문이 될 수 있을까?’ 등 작가의 질문들은 우리가 시를 바라보고 호기심을 갖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 준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들은 깃털처럼 가벼워서 이해하기 쉽고 시를 더욱 친근히 느끼게 한다.
마르크 마예프스키의 활기찬 붓 터치로 그린 위트 넘치는 그림은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럽다. 한 편의 시를 보는 듯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 그림책은 시에 대해 동경만 갖고 있는 나를 온 마음으로 환영한다.
나는 책장을 넘기다가 마치 나를 기쁘게 맞이해 주는 것 같은 장면을 보고 미소 지었다. 곰처럼 큰 털북숭이 강아지와 한 어린이가 난장판이 돼 있는 방 안에서 반갑게 포옹하고 있는데, 그림으로 유추해 보면, 심하게 어질러진 방은 강아지의 소행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는 듯, 아이를 기다리며 방 안에서 놀던 강아지와 집에 돌아온 아이는 보자마자 서로 얼싸안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온 마음을 다해 환대하는 두 순수한 영혼에 작은 감동이 일렁인다.
‘시는 이런 것이구나!’
나는 이 사랑스러운 장면을 보고 ‘시’ 대신 ‘그림’이라는 말을 넣어 문장을 다시 만들어 본다.
“그림은 온 마음을 다해 환영하는 것.”
나는 왜 그런 마음으로 그림 그릴 생각을 깊게 안 해 봤을까? 물감과 붓, 캔버스 등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들 그리고 내가 그리는 피사체와 생각들도 온 마음을 열어서 ‘환대’해야 다양한 시각과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또한 내가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누군가는 느꼈을 예술에 대한 ‘소외’보다는, 더욱 편안함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 “어느 누가 뭐라고 말하든 보는 건 바로 너!”라는 문장은 시의 세계로 가뿐하게 들어갈 수 있게 용기를 주는 마법 같은 말이다. 화가인 내가 종종 받는 질문이 있다. ‘그림은 어렵다. 보는 방법이 있어요?’인데, 그때마다 내가 하는 대답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그림이 최고의 그림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것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보는 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예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해 통쾌함을 주는 멋진 말을 이 그림책에서 발견하고는 비할 데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그리고 또 다른 궁금증들이 생겨난다. 예술은 서로 일맥상통하고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토마 비노 작가는 ‘가스푸와 조조 그리고 호기심 넘치는 모든 아이에게 답보다 질문이 많은 모든 이에게’라며 이 책을 썼다. 그림책 ‘시, 그게 뭐야?’는 진정으로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예술이 소중하며, 예술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천지수(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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