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택시이용권 내밀자 “이게 뭐에요… 돈 없어요?”

배소영 2023. 10. 2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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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에 사는 임산부 김모(30대)씨가 병원 진료를 위해 택시에 오른 건 지난 18일 오전 10시쯤이었다.

김씨는 "택시기사에게 미리 이용권을 말했으면 탑승을 거부할 것 같은 표정과 말투였다"며 "임산부가 마음 편안히 택시를 타라고 나온 이용권인데 왜 이용자가 긴장하고 눈치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22일 임산부인 윤모(20대)씨 역시 택시이용권으로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벌인 일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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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행복택시 사업’ 잇단 민원에 몸살
기사가 거부해도 법적 처벌 근거 없어
환급 절차 번거롭고 실제 사용도 저조
시 ‘종이’ 아닌 ‘카드’로 발급 방안 고심

경북 안동에 사는 임산부 김모(30대)씨가 병원 진료를 위해 택시에 오른 건 지난 18일 오전 10시쯤이었다. 10분여 남짓을 달린 택시는 병원 앞에 멈춰 섰다. 택시기사는 미터기의 버튼을 눌렀다. 전자 미터기에 뜬 요금은 6800원. 김씨가 ‘임산부 행복택시이용권’을 내밀자 택시기사의 얼굴이 짜증으로 얼룩졌다. 종이를 받아 든 택시기사가 힐난하듯 말했다. “이게 뭐예요. 돈 없어요? 타기 전에 미리 말하지.”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김씨는 “택시기사에게 미리 이용권을 말했으면 탑승을 거부할 것 같은 표정과 말투였다”며 “임산부가 마음 편안히 택시를 타라고 나온 이용권인데 왜 이용자가 긴장하고 눈치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저출산 절벽에 임산부에게 편리한 이동권을 제공하고자 안동시는 지난해부터 임산부 행복택시이용권을 제공 중이다. 하지만 다수의 임산부는 이용권 사용에 불편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22일 임산부인 윤모(20대)씨 역시 택시이용권으로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벌인 일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용권 사용 때 택시기사가 ‘사용법을 모른다’, ‘종이 말고 카드 계산하라’고 말해 불쾌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임산부는 “오히려 택시기사가 ‘이용권 교육을 못 받았고 등록을 안 해서 사용 못 한다, 미안하다’고 하더라”며 “이용권 사업 도입에 앞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산부 행복택시이용권의 지원 대상은 안동지역 보건소에 등록한 임산부다. 임산부는 행복택시이용권을 월 2장씩 최대 20장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이용권당 기준요금은 5000원이다. 사용법은 기존 행복택시와 동일하다. 목적지 도착 후 이용권을 내고 차액은 현금 또는 카드로 결제하는 식이다.
안동시 제공
현재 안동시가 회수하는 이용권은 매월 50~100장에 불과하다. 안동시 역시 잇단 민원으로 임산부의 불편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산부가 내민 택시이용권을 택시기사가 거부하더라도 뾰족한 제지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택시기사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택시기사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행복택시이용권을 사용하는 임산부가 많지 않다 보니 한 달치를 모아 청구해야 해 번거로움이 크다. 법인은 회사에 제출해야 하고, 개인 택시기사는 택시지부를 찾아 이용권을 낸 뒤 환급받아야 한다.

안동시는 이용권을 ‘종이’가 아닌 ‘카드’로 발급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농촌 행복택시는 교통카드를 발급해 운영하고 있다”며 “임산부도 카드 도입을 검토해 불편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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