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 막는 미국 사회

정원식 기자 2023. 10. 2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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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팔 인권행사 취소, 팔 지지 스벅 직원들은 해고 압력
이스라엘 비판 작가는 간담회 못하고 아랍계 언론인은 피소
팔레스타인 국기 펼쳐들고 미 의사당 쪽으로 행진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 참가자들이 커다란 팔레스타인 국기를 머리 위로 펼쳐 들고 가자지구에 대한 휴전을 요구하며 의회의사당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탄압받는 사례들이 확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인권 관련 행사들이 취소되고 팔레스타인 지지를 밝힌 스타벅스 직원들은 유대인 단체로부터 해고 압력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정책에 비판적인 아랍계 미국인들에 대한 협박도 이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2016년 장편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은 전날 오후 8시로 예정됐던 뉴욕 92번가Y문화센터(92NY) 간담회가 취소됐다. 그는 <파친코>로 유명한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와 최근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었다. 응우옌은 92NY가 최근 자신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간담회가 취소됐다고 말했다. 해당 서한은 지난 18일 영국의 유명 서평지 ‘런던리뷰오브북스(LRB)’에 실린 것으로, 작가들 750명 이상이 서명했다. 서한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을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고 NYT는 전했다.

92NY는 21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항상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초청해온 유대인 기관”이라면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잔인하게 공격하고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인질을 계속 억류하는 행위는 이스라엘 공동체를 완전히 황폐화시켰다. 이스라엘과 이 순간에 대한 초청 작가의 공개적 발언을 고려할 때, 우리는 행사를 연기하는 것이 책임 있는 조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 매리엇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이슬람 관계 위원회(CAIR)’ 연례 만찬도 취소됐다. CAIR은 성명을 내고 “호텔 측에 따르면 행사를 강행할 경우 호텔에 폭탄을 설치하고 2021년 의회 습격 사태 때처럼 호텔을 공격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인권을 위한 미국캠페인(USCPR)’은 오는 27~29일 텍사스주 휴스턴의 힐튼 휴스턴 포스트오크 호텔에서 연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8일 호텔 측으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았다. USCPR은 호텔 측이 보안강화를 이유로 10만달러(약 1억3500만원)를 더 청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일방적으로 행사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정통 유대인 상공회의소(OJC)는 이에 대해 호텔에 대한 자신들의 압력이 통했다면서 “테러 지지 단체의 행사를 유치하는 것과 관련된 잠재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자평했다. 이 단체는 USCPR 연례 회의를 “하마스 지지자들의 회의”라며 비난해왔다. OJC는 팔레스타인 지지를 밝힌 스타벅스 매장을 폐쇄하고 해당 직원들을 해고하라는 압력도 넣고 있다. 앞서 스타벅스 노동자연합은 지난 9일 엑스에 ‘팔레스타인과 연대!’라고 쓴 게시물을 올린 바 있다.

팔레스타인계 인권 변호사 누라 에라카트는 최근 CBS와 ABC에 출연해 하마스의 공격을 이스라엘의 점령과 억압이라는 맥락에서 설명했는데, 이후 온라인에 올라온 방송에서는 그의 발언이 삭제됐다.

아랍계 언론인들에 대한 압력도 이어지고 있다. 우파 압력단체인 ‘중동 보도·분석 정확성 위원회(CAMERA)’는 최근 LA타임스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에디터 사라 야신에 대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비판하는 칼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해 언론인의 직업 윤리를 어겼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친이스라엘 성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언론인들을 공격하기도 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하퍼스바자 편집장 사미라 나스르는 이스라엘의 Ⅲ단전·단수 조치로 평범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사내와 패션업계로부터 비판을 받고 사죄의 글을 올려야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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