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뚝’ 사료는 ‘확’…“1등급 받아도 마리당 수백만원 적자”
도매가 작년 대비 12% 하락
사료·자재값 두 자릿수 상승
소농 2만여곳 폐업 전망도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해야”
“힘들죠. 등급 못 받으면 마리당 100~200(만원)은 깨 먹어요.”
지난 17일 경북 영주의 한 축사에서 소에게 줄 건초를 정리하던 황오섭씨(41)가 한숨을 쉬었다. 최근 내다 판 소가 2등급 판정을 받아 200만원가량 손해를 봐서다. 추석 전 키우던 소 1마리가 넘어져 다리가 골절돼 400만원 넘게 손실을 본 직후다. 황씨는 소 44마리를 이곳에서 키우고 있다.
식용인 비육우의 경우 통상 350만~400만원을 들여 수송아지를 산 뒤 20~22개월을 먹인다. 볏짚인 조사료와 배합사료 등 소 먹이와 기타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500만원이 추가로 더 든다. 인건비를 빼고도 1마리당 최소 850만~900만원은 받아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황씨는 “소 1마리를 도축하면 430~450㎏ 정도가 나오는데 현재 1등급 가격이 1㎏당 1만8000원이다. 800만원도 손에 못 쥐는 것”이라며 “원뿔(1+)은 돼야 적자를 면할 수준이고 투뿔(1++)이 나와야 인건비라도 건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소값 하락과 사료값 폭등으로 한우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번 가격 파동이 영세농가의 대량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북도에 따르면 한우 경매시장 도매가격(평균값)은 지난달 기준 1㎏당 1만8656원이다. 지난해 평균 2만1156원과 비교하면 12%가량 하락한 셈이다. 소값은 지난 1월부터 1㎏당 1만5000원대를 오르내리다 8월 들어서야 1만7052원으로 반등했다.
반면 경영비 부담은 크게 늘었다. 사료값은 물론 냉난방 비용과 자재가격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배합사료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요동치면서 지난해 11월 1㎏당 614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8월 579원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이지만 2021년 평균가격(462원)과 비교하면 25% 상승한 금액이다. 조사료도 20~30% 인상됐다.
장성배 전국한우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여파와 추석 등 특수로 소고기 수요가 늘면서 그나마 숨통이 조금 트인 상태”라며 “하지만 올해 말부터 도축 수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소값이 더 떨어진다면 정말 힘든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한우농가를 위한 충분한 대책이 없다면 2만농가 이상이 폐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우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부 대책이 없다면) 이번 가격 파동기로 인해 2만농가가 폐업하고 대부분이 50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가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우병 등으로 소값이 폭락했다가 회복했던 2010~2015년을 보면 전체 한우농가의 약 53.8%가 감소했다. 현재 전국 한우농가 수는 지난 8월 기준 8만4504곳이다.
소고기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지 소값은 떨어졌지만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고기 가격은 이전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장 사무국장은 “소고기값의 50%가 유통 수수료”라며 “인건비 상승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가 나서서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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