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인 줄” 한강공원 점령한 ‘이 해충’... 원인은 이상 고온
“오늘 한강, 날씨는 환상적인데 송충이가 너무 많아!” “캠핑장에 송충이 포화 상태입니다. 모기약 뿌려야 될까요?” (엑스)
올가을에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도심 공원 곳곳에 불청객이 등장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이라는 송충이와 생김새가 비슷한 외래 해충인데, 가로수·과수목 등 활엽수 잎을 갉아 먹는 등 피해를 주는 데 더해 보는 이로 하여금 혐오감을 자아내고 있다.
22일 엑스(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송충이’를 검색하면 한강공원 등지에 출현한 미국흰불나방 유충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시민들이 흔히 송충이로 오해하는 이 벌레는 사실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올가을 특히 눈에 많이 띄고 있다.
이 유충은 몸길이가 약 30mm로 몸에 검은 점과 흰 털이 많다. 평균적으로 암컷 한 마리당 알 600개 정도를 낳고 죽는다. 보통 한 해에 암컷이 알을 낳고 죽은 뒤 이 알에서 부화한 2세대가 성충이 된다. 성충은 5월 중순부터 6월 상순,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에, 유충은 5월 하순부터 6월 상순, 8월 상순부터 10월 상순에 주로 나타난다.
이 유충은 잎을 갉아 먹어 피해가 심한 경우 나무를 고사시키며, 유충들이 바닥이나 도로, 캠핑장 텐트 등에 떨어지면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8월 말 “경기·충북·경북·전북 등 전국적으로 미국흰불나방의 밀도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며 발생 예보 단계를 ‘관심’(1단계)에서 ‘경계’(3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흰불나방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1958년 이후 처음이다. 경계 단계는 외래·돌발병해충이 2개 이상의 시·군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거나 50㏊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산림청 조사 결과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인한 피해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27∼2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가을 기온이 예년보다 1∼2도 올라가는 등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개체수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민중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연합뉴스에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을 이상기후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지만 올해의 경우 가을철 온도가 높다는 점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개체수가 많이 나온 만큼 알 개수도 늘어나 내년에도 유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방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강공원의 경우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어 살충제를 사용할 수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로서는 고압 살수로 해충을 떨어뜨리는 방법뿐이라 완전한 방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산림청은 향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10월 하순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나무껍질 밑에서 월동하는 번데기를 제거하는 방제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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