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협치카드'… 野에 민생회담 제안
의대증원·현수막 철거 이어
3번째 '민생 어젠다' 승부수
배추·사과 등 공급물량 확대
농산물가격 안정 대책 추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에 '민생 협치 회담'을 제안했다. 의대 증원, 정쟁형 현수막 철거 등에 이어 '협치' 카드를 다시 승부수로 띄운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고위당정 모두발언에서 이 같은 제안을 하며 "언제 어디서든 형식과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야당 대표와 만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꼬인 것을 풀고 신뢰는 쌓아나가도록 하겠다"며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희망의 정치, 이념을 넘어 국민을 위한 상생의 정치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민생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지난번 의대 증원 공약으로 민주당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협치 제안으로 다시 한 번 관련 의제를 주도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셈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당에서 정쟁을 유발하는 플래카드를 철거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야당도 동참해주길 바라고, 특히 민생 회복에 동참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들었다.
또 이날 고위당정은 농산물·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데 대한 여러 대책을 내놨다. 우선 김장철이 가까워지면서 수급 불안정 우려가 큰 배추에 대해 정부 가용 물량을 2900t 방출하고, 저온 피해로 가격이 크게 오른 사과도 계약재배 물량 1만5000t을 조기에 출하하기로 했다. 이어 국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소 바이러스 질병 '럼피스킨병'에 대해 특별교부금을 즉각 교부하자는 데도 합의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실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Foward guidance)'를 정부부처 정책 발표 시에도 도입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로 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미래의 통화정책을 예고해 중앙은행의 의도를 시장에 알리고 향후에 미칠 여파 등을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영향을 많이 미칠 것 같은 정책이 발표될 때 실생활이나 당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되는 사항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발표 방안을 연구하자고 당에서 요구했고, 정부가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고위당정에는 김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 당 핵심 관계자가 모두 참여했다. 행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김 비서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자리했다.
한편 김 대표는 직접 후보군을 접촉하며 '혁신위원장 모시기'에 나섰지만 제안을 받은 인사들이 모두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곤란한 처지가 됐다. 연일 민생 드라이브를 걸며 당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고질적인 인물난에 계속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측은 정계·재계·학계 등 다양한 분야 인사를 염두에 둔 채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도 뚜렷하게 거론되는 인물이 없는 실정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임 혁신위원장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러한 일정 역시 불투명하게 됐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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