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매몰’ 윤 대통령, 민생 강조는 기만?…육사 ‘독립영웅실’ 철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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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이 이달 중순부터 육군사관학교(육사) 안에 있는 '독립전쟁 영웅실'을 철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육군은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는)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특정 시기와 인물 중심에서 벗어나 독립군·광복군의 항일 무장투쟁을 포함한 주요 시대별 국난극복 역사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재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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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역사 쿠데타’]
육군이 이달 중순부터 육군사관학교(육사) 안에 있는 ‘독립전쟁 영웅실’을 철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독립전쟁 영웅실은 홍범도·김좌진 장군 등의 항일 독립운동을 기리는 공간이다. 육군의 움직임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뒤 ‘이념보다 민생’을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과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육군은 22일 “육사는 생도들이 학습하는 충무관 건물을 층별로 구분하여 고대~조선시대(4층), 대한제국~항일무장투쟁(3층), 6·25전쟁사(2층), 현대 한국군(1층) 등 시대별 국난극복 역사 전체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육사는 지난해 11월 개념토의 후 수차례 현장토의를 통해 사업 범위를 구체화하였고, 이달 중순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육군은 지난주 초부터 각 방에서 항일 독립투쟁 장군들의 이름이 적힌 명패와 게시물 등의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육군은 지난 20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낸 자료에서도 “독립전쟁 영웅실 개편을 지난 16일에 착공했으며, 다음달 2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립전쟁 영웅실은 2018년 육사 충무관 중 3개 층에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안중근·이회영·박승환 등 독립운동가 7명을 기리려 마련됐다.
하지만 육군은 지난해 11월 육군사관학교 현장토의에서 독립전쟁 영웅실을 “특정 시기 및 단체 관련 중복 및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사례로 거론하며 “사관생도의 국가관·안보관·역사관 향상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육군은 이어 지난 1월과 5월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에게 철거 계획을 보고하고, 지난 7월 육사에 철거·재편 작업에 필요한 예산 3억7200만원을 배정했다.
육군 방침에 따라 독립전쟁 영웅실은 고대부터 조선 시대 전쟁사, 식민지 시대 항일무장투쟁, 6·25 전쟁 등을 소개하는 학습 공간으로 바뀐다. “특정 인물을 기리는 공간이 아닌 시대별 국난극복사를 학습하는 공간”(지난해 11월, 육사 학교발전 현장토의 자료)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독립전쟁 영웅실에 설치됐던 항일투쟁 장군 활동 소개 게시물도 고구려-수 전쟁, 임진왜란, 구한말 의병활동, 베트남 파병 등에 대한 연표 등으로 대체된다.
민주당은 “이념논쟁을 멈추고 민생에 집중하라던 대통령의 지시는 대국민 기만이었느냐”며 철거 중단을 요구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이념논쟁을 멈추고 민생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며 “대통령의 지시가 진심이라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부터 없던 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을 속이려는 기만이었느냐. 역사와 이념으로 국민 갈라치기를 멈추라”고 강조했다. 반공을 앞세운 이념논쟁을 주도했던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 뒤 이념논쟁 대신 민생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에 육군은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는)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특정 시기와 인물 중심에서 벗어나 독립군·광복군의 항일 무장투쟁을 포함한 주요 시대별 국난극복 역사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재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임재우 강재구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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