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유치 가능할까
지난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reat meeting!”이라고 말하며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큰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 뒤 9월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됐으며, 10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에서 중·러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야말로 동북아 지정학적 흐름이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로 급변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전이 촉발한 중동 지역의 불안에 세계 많은 대학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고등교육의 판세와 유학생 이동성도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하나다.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과 일본을 더 가까이하려는 전략의 일면을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달성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 강화라는 제목 아래, 유독 한·미 또는 한·일 교류 확대를 큰 비중으로 다룬 것이다. 특히 한·일 교류와 관련해 양국 경제단체 등 민간 분야를 연계하며 한·일형 에라스무스를 마련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발표된 이 문서에서, 특정 국가와의 직접적 협력을 상위 의제로 둔 것은 사실상 미국과 일본뿐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에 유학 온 미국인은 약 3300명, 일본인은 약 57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각각 약 2%, 3.4%에 그치고 있다. 또한 정규 학위 과정을 밟는 학생 수가 각각 42%, 32% 수준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한국어 연수 과정을 넘어 정규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국내 대학을 찾는 미국과 일본 학생을 늘릴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중국발 한국 유학 수요는 2009년 5만명을 넘어섰고, 2016년부터는 6만~7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중 약 40%가 중국인이며, 이 중 93% 이상이 정규 학위 과정, 특히 39%는 석·박사 과정에 속해 있다. 중국인 유학생 관리·지원 부실로 반한파(反韓派)만 만들어낸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아직 한국 대학 학위가 ‘가성비 좋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중국 교육당국과 중국인 학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을 공급하는 국가 중 하나로서 중국 시장의 존재감은 여전히 상당하며, 국내 대학의 우수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관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중·일만 바라볼 것도 아니다. 세계 많은 대학이 주목하는 중동, 인도, 아프리카 시장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할 대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 기조는 1950년대 이후 이어진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 수 증가 추세를 주춤하게 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16~2017년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한국발 중국 유학 수요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한·미·일 관계에 집중하는 전략이 윤석열 정부가 향후 4년 안에 외국인 유학생을 10만명 늘리려는 야심 찬 계획, 동북아 고등교육 환경, 나아가 우수한 두뇌를 유치하려는 국제 수준의 경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김규석 한국뉴욕주립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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