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번은 사고라 해도 두번은 포장 못해”…당국, 키움증권 책임 묻는다
타증권사 미수거래 막을때 키움證은 유지해
당국 “4월에도 사고내더니…4천억 손실추정”
全증권사 리스크관리 고강도 실태점검 예고
22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4월에도 사고를 냈던 증권사”라면서 “적극적인 영업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앞서 라덕연 사태 때도 김익래 전 회장이 연루됐었던 바 있는 만큼 충분히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만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주가조작을 ‘최소한 방치’ 했다는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는 키움증권의 사례에서 보듯 리스크 관리는 증권회사에게 ‘반드시 써야 하는 정말 최소한의 비용’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앞서 금융감독 당국은 4월 라덕연사태 이후 집중 점검을 통해 6월 강기혁 씨의 시세조종을 적발해내면서 연초부터 꾸준히 리스크관리에 집중하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종목별 증거금율 산정은 각 증권사들이 자신들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키움증권은 이번 영풍제지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되며, 약 4000억원을 날릴 것이라는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추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미수거래를 (최소한) 방치해 짭잘한 수수료 수익을 거뒀지만 이번 사고로 미수채권 5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 정도는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키움증권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9772억원(에프앤가이드 집계)의 절반 가량으로 영풍제지의 추가 하락폭에 따라 큰 규모의 4분기 실적 쇼크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여타 증권사들이 증거금율을 올릴 때 키움증권도 신용거래 증거금율은 100%로 상향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미수거래 증거금율은 40%를 유지해, 주가조작 세력에게 일부러 편의를 봐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점검하고 리스크 관리 실태에 대해 들여다 볼 것”이라고 했다.
이번엔 키움증권에서 미수 거래된 금액 상당 수가 시세조종 세력이 자전거래로 쓰인 100여개의 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계좌에는 영풍제지 외 다른 종목들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 키움증권 입장에선 영풍제지가 거래정지가 풀려야 반대매매가 가능하다.
키움증권이 공시한 4943억원의 미수금은 증거율 40%일 때 8238억원의 미수거래에서 발생한 것이다.
하한가가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 17일 시총이 2조2000억원대였고 유통물량 770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자전거래 횟수가 많더라도 시세조종 거래 외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나 보유물량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하루에 700만주 정도가 거래되다 18일 19만주 거래량에 하한가를 기록했다는 점도 그동안의 개미들의 매수가 많이 따라붙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60거래일간 다른 국내 증권사에서는 순매도 물량만 거의 나왔는데 키움증권에서만 673만주의 순매수가 있었다.
영풍제지의 시세조종으로 인한 손실은 키움증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며 하한가 몇 회를 기록하냐 반대매매를 통한 회수액이 달렸다.
16일부터 18일 하한가가 발생하기 전에 주가가 4만 8000원선이었을 때 4943억원의 미수금이었는데 이미 30% 떨어진 18일 하한가 가격에 반대매매가 들어갈 수 있다면 손실은 없다. 미수거래에 빌려준 주가 60%선의 대출이 하한가 금액보다는 적기 때문이다.
문제는 18일 하한가에도 거래가 안되었던 것처럼 앞으로 거래정지가 풀린 후 하한가가 2~3회 더 나와도 반대매매로 물량을 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한가 따라하기나 트레이딩 수요가 있다고는 하지만 반대매매로 나올 물량이 이미 어느 규모인지 다 알려진 와중에 누가 함부로 매수에 나서겠냐”면서 “안그래도 추가 하한가는 예상되었지만 키움증권 미수금 공시로 가격이 어디까지 내려갈지 감이 안잡힌다”고 말했다.
하한가를 추가로 3번 더 기록한 후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1만1162원대까지 내려간다면 키움증권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1977억원, 손실액은 2825억원을 기록한다.
이 가격대 아래까지 가면 영풍제지 대주주인 대창금속이 지난달까지 영풍제지 주식담보로 받은 은행권 대출이 트리거가 돼 대주주 물량까지 나올 수 있다.
영풍제지 측은 지난 8월 까지 2000억원 대의 블록딜을 추진했으나 높은 가격 때문에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9월엔 34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영풍제지 역시 제2 하한가 사태 때처럼 시세조종 관련 수사가 연루자들을 특정하면 거래정지가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행한만큼 장기간 거래정지를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동일산업·방림 등 5종목의 ‘제2 하한가’ 사태 때 거래정지 기간은 12거래일이었다.
이번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며 고객 신뢰 상실 역시 불가피해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수 및 신용거래에서 증거금율이나 거래 가능 종목을 지정하는 것도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영역인데 키움증권 측에선 영풍제지의 석연치 않은 주가 상승을 보고도 리스크 관리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는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속속 100%로 상향 설정해 미수거래가 불가능하게 막았다.
금융투자협회의 ‘금융투자회사의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증권사)는 종목별 재무현황, 가격변동성, 유동성, 신용거래융자 비중, 기타 시장정보 등 다양한 요건을 토대로 증거금률을 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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