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에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사람아 사람아 내 하나의 사람아/ 이 늦은 참회를 너는 아는지.”
때로는 지독한 외로움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는 눈부신 가을 햇살만큼이나 뭉클한 노래다. 하마터면 가요사에서 지워질 뻔한 곡으로 임희숙(사진)이 1984년 발표했다. 마치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축약한 듯한 노랫말과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스스로 ‘시 쓰고 노래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백창우는 이 노래를 만들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 버려뒀다. 작사가 지명길은 연예인교회에서 만난 임희숙에게 이 노래를 소개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노래를 찾던 임희숙은 윤동주의 ‘참회록’을 연상케 하는 노랫말과 멜로디에 단번에 매료됐다.
10대 시절에 탁월한 가창력을 인정받아 데뷔한 임희숙은 대마초 파동(1975년)에 연루되면서 암흑기를 보냈다. 대마초는 입에도 대지 않았지만, 누명을 쓰고도 억울함을 호소할 데가 없던 시절이었다. 이혼과 음독자살 시도로 만신창이가 됐던 그는 1980년 활동 금지가 풀리면서 재기했다. 그러나 MBC 예능 프로인 <명랑운동회>에 출연했다가 허리를 심하게 다쳐 다시 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세상의 끝에서 만난 ‘구원의 빛’처럼 이 노래가 그의 재기를 도왔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서적 외판원을 하면서 외로움을 견디던 백창우가 쓰고, 파란만장한 암흑기를 견뎌낸 중견 여가수가 부른 노래를 팬들이 먼저 알아봤다.
살빛 낮달, 삶의 무게, 늦은 참회 등 범상치 않은 노랫말과 허스키하면서도 솔(soul)이 느껴지는 음색에 팬들이 반한 것이다. 노래 인생 60년, 임희숙은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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