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해수욕장 매일 청소…미세플라스틱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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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7시30분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모자를 쓴 한 남성이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들고 곳곳에 널린 쓰레기를 주워 봉투에 담았다.
2019년 부산전화국에서 은퇴한 이 씨는 2020년 2월부터 송도해수욕장 일대의 쓰레기를 줍고 있다.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약 12만6000t으로, 2017년(8만2000t)보다 54%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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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레포츠센터~구름다리 800m
- 하루 50~75ℓ 상당 쓰레기 수거
- 배출 줄일 국가차원 정책 마련을
지난 20일 오전 7시30분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모자를 쓴 한 남성이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들고 곳곳에 널린 쓰레기를 주워 봉투에 담았다. 익숙한 듯 능숙한 모양새다. 어느덧 20ℓ봉투에는 생수병·맥주캔·담배 등 갖가지 물건이 꽉 들어찼다. 쓰레기가 널려 있던 길은 남성이 지나가자 모래와 바다, 자연만이 남았다.
이정택(서구 암남동·75) 씨의 매일 아침 풍경이다. 2019년 부산전화국에서 은퇴한 이 씨는 2020년 2월부터 송도해수욕장 일대의 쓰레기를 줍고 있다. 시간은 오전 6~8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쓰레기 줍기는 멈추지 않는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더 분주하다. 사람이 많이 다녀가 버려진 쓰레기도 많아서다. 매일 나오는 쓰레기는 50~75ℓ 수준이다. 송도해양레포츠센터에서 출발한 이 씨는 구름다리까지 800여 m를 다닌다. 그의 산책로이자 청소 구역이다.
이 씨는 TV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오염을 유발한다는 뉴스를 본 뒤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이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돌고 돌아 식탁에 놓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송도해수욕장이 떠올랐다고 한다. ‘우리 동네 바다라도 깨끗이 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이 씨는 쓰레기 봉투와 집게를 구했다. 늘 같은 차림으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쓰레기를 주웠다. 3년 이상 청소를 하니 이제는 동네 주민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간 주변의 걱정도 많았다. 비가 오나 강추위가 몰아치나 아랑곳 없이 봉사하는 이 씨에게 가족과 지인은 ‘왜 힘들게 고생하느냐’ ‘궂은 날은 쉬어가며 하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 씨는 “혼자보다 모두 함께 평온할 수 있는 길을 선호한다”며 해변을 청소한다. 가족이 오는 설날과 추석만 빼고 아침이면 늘 해변으로 나선다. 날로 오염되는 바다를 정화하면 자신과 이웃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이 씨의 우려처럼 해양 쓰레기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약 12만6000t으로, 2017년(8만2000t)보다 54%나 늘었다. 10년 전인 2013년에는 4만9000t이었으나 2020년 13만8000t으로 정점을 찍었다. 특히 플라스틱은 치명적이다. 지난해 세계자연기금(WWF )의 ‘플라스틱 오염이 해양생물, 생물다양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로 피해를 보는 해양생물종이 88%다. 사람도 매주 신용카드 1장 분량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과 단체의 봉사활동만으로는 바다 정화에 한계가 있다”며 “해양 쓰레기 배출을 줄일 국가 차원의 정책이 있어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앞으로 5년간 더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이 씨는 “쓰레기 줍기뿐만 아니라 무료 급식소와 요양원 등에서 봉사활동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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