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나라서 통산 10승 … 꿈 이룬 이민지
연장 첫홀서 앨리슨 리 제압
할머니·가족 응원 받아 힘내
"내 뿌리 한국서 특별한 우승"
이정은·박성현도 부활샷
아마 박서진 공동 13위 선전
"연장전 하러 올라가는데 주변에 가족들, 지인들이 있어서 신기하더라고요. 우승하고서 할머니가 '잘했다'고 안아주셨어요. 제가 항상 가장 우승하고 싶었던 곳이 한국이었는데, 정말 특별했어요."
부모의 나라에서 첫 우승을 거둔 순간, 호주 동포 이민지가 주먹을 불끈 쥐고서 활짝 웃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제패하고 개인 통산 10승을 달성했다.
이민지는 22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CC 서원힐스 코스(파72·6369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20만달러) 최종일 4라운드에서 앨리슨 리(미국)와 1차 연장 끝에 우승했다. 최종일에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앨리슨 리와 동률을 이뤘던 이민지는 18번홀(파4)에서 열린 1차 연장에서 버디를 성공시켜 우승했다.
지난달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2승을 거둔 이민지는 LPGA 투어 통산 10승을 부모의 나라에서 달성하며 우승 상금으로 33만달러(약 4억4600만원)를 받았다.
호주 퍼스에서 아버지 이수남 씨와 어머니 이성민 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의 우승에 남다른 애착을 가져왔다. 호주에서 자랐지만 한국 이름을 고수했고, 한국 문화도 익숙하다.
메인 후원사도 2014년 12월부터 지금까지 국내 금융사인 하나금융그룹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서도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가족과 친구, 한국 골프팬들 앞에서 우승하고 싶다. 올해만큼은 우승을 놓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숨죽였다. 1타 차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한 이민지는 경쟁자들과 엎치락뒤치락했다. 공교롭게 앨리슨 리, 리디아 고(뉴질랜드) 등 동포 골퍼들이 우승 경쟁에 가세했다. 이민지는 아마추어 시절이던 2012년 US 걸스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둘과 팽팽한 경쟁 끝에 우승했던 경험이 있다. 생애 첫 LPGA 우승을 노린 앨리슨 리, 최근 부진을 딛고 대회 2연패에 도전한 리디아 고 모두 호시탐탐 우승을 노렸다.
살얼음판 싸움을 이어가던 승부는 13번홀(파4)에서 술렁였다. 이민지가 홀과 10m 넘는 긴 거리 퍼트를 깔끔하게 넣어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앨리슨 리도 만만치 않았다. 17·18번홀 연속 버디로 이민지와 동률을 이뤘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은 1홀 만에 승부가 끝났다. 이민지는 두 번째 샷을 홀과 1m 거리에 붙인 뒤, 버디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했다.
이민지는 "내 뿌리가 한국이기에 이번 우승은 내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것도 한국에서 LPGA 통산 10승까지 달성해 금상첨화"라며 웃어 보였다. 2015년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LPGA 통산 첫 승을 거둔 지 8년 만에 10승을 채운 그는 "10승은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결실과 보상의 숫자"라며 "몇 년 내 세계 1위를 꼭 달성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올 시즌 부진했던 스타들의 부활이 눈에 띄었다.
리디아 고는 14언더파 274타로 단독 3위에 올라 지난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 이후 첫 톱10을 기록했다. 디펜딩 챔피언임에도 부진한 성적 때문에 초청 선수로 대회에 참가했던 리디아 고는 국내 팬들 앞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또 앞서 올해 LPGA 투어 21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던 '핫식스' 이정은이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2020년 어깨 부상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던 박성현과 출산휴가를 마치고 이번 대회에 복귀한 박희영도 나란히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16위에 올라 선전했다. '베테랑' 신지애가 공동 5위(12언더파 276타), 지난달 카카오VX 매경 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우승했던 아마추어 골퍼 박서진은 공동 13위(10언더파 278타)로 마쳐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파주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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