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자 진입 준비 끝"…헤즈볼라 "대가 치를 것" 개입 경고
이스라엘 "가지지구 진입"…지상전 임박
하마스·헤즈볼라 "이, 대가 치를 것" 경고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보름째 접어든 가운데 확전 공포가 더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하마스는 ‘총동원령’을 내렸고, 친(親)이란 레바논계 무장 세력 헤즈볼라까지 개입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 1973년 이후 50년 만의 제5차 중동전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가지지구 진입할 것”
2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 방위군(IDF) 참모총장은 전날 이스라엘 북부를 담당하는 골란 보병연대 지휘관들에게 “우리는 가자지구로 진입할 것”이라며 “하마스 요원들과 기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과 전문적인 임무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반입하고자 열렸던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가 다시 닫힌 이후 나온 것이다.
할레비 총장은 “가자지구는 혼잡하고 인구가 밀집돼 있다”며 “적은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도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는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상전을 만류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의지는 확고한 셈이다. 앞서 지난 19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역시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 집결한 지상군을 향해 “대비 태세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튿날 이스라엘 의회 외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공습에 이은 지상전으로 하마스 파괴 △숨은 저항 세력들 제거 △하마스를 배제한 새로운 정권 수립 등 3단계 지상전 계획을 밝혀 주목받았다. 사실상 진입 명령만 떨어지면 곧바로 지상전이 펼쳐질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와디 가자 이남으로 떠나지 않기로 한 사람은 누구든 테러리스트 조직의 공범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전단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와디 가자는 가자지구 북부를 거쳐 지중해로 이어지는 와디(Wadi·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다가 큰 비가 내릴 때는 일시적으로 물이 흐르는 강)이다.
이스라엘은 이날 북부 레바논 접경 지역에서도 헤즈볼라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에 위치한 하니타 집단 농장 지역으로 여러 발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교전 과정에서 헤즈볼라 전투원 6명이 숨졌다”며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무력 충돌 이후 레바논 접경 일대에서 벌어진 최악 폭력 사태”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까지 공격하고 나섰다. 서안의 이슬람 사원을 공습해 공격을 계획 중이던 하마스와 또 다른 무장 세력 이슬라믹 지하드(PIJ)를 사살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가 아닌 서안지구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령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2002년부터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정착촌을 만들어 유대인을 이주시켰다. 이번에 가자지구에 이어 서안지구까지 전선이 확대될 조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러서지 않는 하마스·헤즈볼라
이에 하마스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인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최근 전 세계 아랍인과 무슬림을 대상으로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는 “이웃 국가들에 사는 (팔레스타인) 지지자들도 이스라엘 국경을 향해 행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랍권 전반에 반(反)미·반이스라엘을 내세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헤즈볼라의 서열 2위 부지도자인 셰이크 나임 카셈은 이날 헤즈볼라 대원 장례식에서 “우리는 이미 전쟁의 중심에 있다”며 “적인 이스라엘에게 우리가 준비돼 있음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와 연대하고 있는 세력이다. 카셈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을 진압하려고 하면 역내에 있는 다른 저항군들이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공격을 할 때마다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상전을 이스라엘의 무덤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즈볼라에 대한 레바논 정부의 영향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레바논 정부를 통해 헤즈볼라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자 1973년 이후 50년 만의 제5차 중동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자지구 지상전이 현실화할 경우 헤즈볼라가 본격 개입할 게 유력하고, 요르단강 서안의 긴장감까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새로운 전선’ 형성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과 이란간 충돌로 비화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한편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는 4385명, 부상자는 1만3561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스라엘인은 이번 사태로 1400명 이상 숨졌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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