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추가 통제에 中 맞불… ‘K배터리’ 등 터지나 긴장 [뉴스분석]
갈륨·게르마늄 수출 허가제 이어
12월부터 고순도 흑연 수출 규제
국내 흑연 수입 90%가량 中 의존
비용 탓 대체 수입처 모색 어려워
“에이펙 계기 제재 해소” 전망도
중국이 반도체 소재 핵심 부품인 갈륨, 게르마늄에 이어 이번엔 2차전지(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 수출 통제 카드를 추가하며 ‘광물 무기화’ 전략을 점차 노골화하고 있다.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통제 조치가 일부 반도체 기업 대상 ‘잽’ 정도였다면 이번 흑연 수출통제는 각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제대로 ‘한 방’ 날린 것으로 평가되며, 특히 중국산 흑연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출통제 대상 품목은 고순도(순도 99.9% 초과)·고강도(인장강도 30㎫ 초과)·고밀도(밀도 ㎤당 1.73g 초과)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팽창흑연 등 천연 인상흑연과 제품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기존에 임시 통제되던 구상흑연 등 고민감성 흑연 품목 3종을 이중 용도 품목(민간 용도로 생산됐지만 군수 용도로 전환 가능한 물자) 통제 리스트에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통제는 수출 금지와는 다르지만 흑연 제품 수출업자는 상무부에 수출 허가를 신청한 뒤 상무부와 국무원의 승인을 얻어야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흑연 수출통제 조치는 최근 미국이 발표한 추가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한 맞불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존 수출통제 조치에 포함된 첨단반도체보다 사양이 낮은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추가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흑연 수출 통제는 한국 산업계에도 일정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중국산 흑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중국은 흑연 매장량이 세계의 15%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은 60%에 달해 당장 대체 공급처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느슨한 환경규제 덕에 인조·천연 흑연 제품에 대한 높은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나라다.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허가제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소재 중 하나지만 중국의 규제가 한국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차세대 반도체에 쓰이는 갈륨은 아직 실험실 등에서 주로 쓰이며 사용되는 곳이 많지 않았고 게르마늄은 대체 수입처가 많아서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중국 야화, 거린메이 등과 함께 수산화리튬, 전구체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포스코퓨처엠과 LG화학 등도 중국 화유코발트 등과 함께 니켈, 양극재 합작공장 건설 등을 추진 중이다.
공급망 갈등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이 극적인 타협을 이룰 경우 12월 시행 예정인 수출통제 시작이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중 정상이 대면하는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가 그 변곡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릴리 맥엘위 중국 연구 석좌교수는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미국과 중국의) 두 조치 모두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중 간의 조치가 서로 맞불을 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전에 예측 가능했던 만큼 미·중 간 무역 정책의 소통법이 달라졌다는 것으로, 큰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중국어과)는 “미국도 8월에 이어 지난달 계속 제재를 추가하는 등 양국이 에이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담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며 에이펙을 계기로 제재들이 해소될 수 있을 가능성을 점쳤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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