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100여 계좌로 매일 시세조종... '제2 라덕연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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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에서 거래 정지된 영풍제지가 특별한 호재 없이 1년간 주가를 10배 이상 띄울 수 있었던 이유는 주가조작 일당의 세밀한 '작업' 덕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당국은 올해 8월 초부터 영풍제지 시세조종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이 영풍제지를 거래정지 조치하면서 아직 반대매매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거래가 재개되면 연일 하한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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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감시망 강화에 '덜미'
키움증권 미수금만 5000억 원
최근 주식시장에서 거래 정지된 영풍제지가 특별한 호재 없이 1년간 주가를 10배 이상 띄울 수 있었던 이유는 주가조작 일당의 세밀한 '작업' 덕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라덕연 사태' 때와 비슷한 수법을 썼는데, 강화된 금융당국 감시망에 걸려들면서 조치가 빠르게 진행됐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당국은 올해 8월 초부터 영풍제지 시세조종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시세조종 일당이 계좌 100여 개를 이용해 매일 조금씩 시세를 높이는 방법으로 약 1년간 주가를 12배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주당 2,700원대까지 내려갔던 영풍제지 주가는 꾸준히 올라 지난달에는 최고가 5만4,200원까지 치솟았다. 52주 최저가와 최고가 차이가 무려 19.8배에 달한다. 이달 18일 하한가로 주저앉기 직전까지도 영풍제지는 4만8,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올해 4월 라덕연 사태 이후 당국이 이상거래 모니터링 대상과 기간을 넓히면서 꼬리가 밟혔다.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를 비롯한 일당은 불특정 다수의 계좌를 이용해 장기간 8개 종목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당시 서로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 다수 계좌가 동원된 데다 단기간 내 발생한 사건이 아닌 탓에 기존 이상거래 적발 시스템이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당국은 이후 특별한 호재 없이 6개월~1년에 걸쳐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의 감시를 강화했고, 영풍제지가 요주의 대상으로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영풍제지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한 달여 조사 끝에 지난달 증권선물위원장 패스트트랙(긴급조치) 결정을 통해 해당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고, 남부지검은 이달 17일 사건 관련자 4명을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법은 20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이모씨 등 4명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주가조작에 활용된 증권 계좌는 주로 키움증권에서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풍제지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후에도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증거금률을 4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통상 증권사는 위험한 종목에 대해 증거금률을 높여 과도한 '빚투'를 예방하는데, 키움증권에서는 이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가 하한가를 기록하고 거래가 정지된 후인 19일에서야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높였다.
키움증권은 20일까지 영풍제지 종목에 대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4,943억 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금융당국이 영풍제지를 거래정지 조치하면서 아직 반대매매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거래가 재개되면 연일 하한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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