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승희 비서관 자녀 학폭 무마 의혹, 이런 게 ‘권력형 비리’다
딸의 학교폭력 문제가 제기된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지난 20일 사퇴했다.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안이 공개되자 대통령실의 공직기강조사 착수, 김 비서관의 사표 제출, 윤석열 대통령의 사표 수리가 하루 안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권력 핵심부 인사의 ‘자녀 학폭 무마 의혹’에 대한 조치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위기감이 커진 여권이 악재를 서둘러 차단하고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이런 식으로 끝낼 일인가 의문이다.
국감에서 공개된 의혹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은 약 3개월 전 2학년 후배를 화장실로 불러 주먹과 리코더 등으로 얼굴과 머리 등을 때려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다. 피해 학생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였다고 한다. 사안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처리 과정도 납득하기 어렵다. 폭행 두 달 뒤에야 학폭 심의가 열려 ‘학급교체’라는 엉뚱한 처분에 그쳤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학년이 다른데 학급교체가 무슨 소용인가. 게다가 김 전 비서관의 부인은 딸의 출석정지가 결정된 날, 학교를 방문하면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대통령과 김 전 비서관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딸의 학폭 무마에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동원한 혐의가 짙다. 부인이 딸의 폭행을 ‘사랑의 매’라고 강변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김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대학원 동기이자 측근으로, 윤 대통령의 일정을 수행하는 핵심 보좌진 중 한 명이다. 그런 이가 비서관 직책을 학폭 무마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니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의혹에 해당한다.
대통령실은 ‘사안이 중징계에 해당하지 않아 사표 수리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비서관이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만큼 감찰 도중 사표 수리가 가능하다지만, 조사에 착수하자마자 중징계감이 아니라고 판단해 바로 사표를 수리한 것은 아무리 봐도 석연치 않다. 사표가 수리되면 감찰조사가 중단된다. ‘뚜껑을 덮어’ 진상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이제라도 김 전 비서관이 딸의 학폭과 관련해 직위를 남용한 점은 없는지 철저히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달라지겠다’는 여권의 자성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이 사안을 이렇게 끝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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