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실리콘밸리] 2024년 AI 화두는 생산성과 효율성
[뉴노멀]
손재권 | 더밀크 대표
다음달 30일이면 오픈에이아이(AI)가 챗봇형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지피티(GPT)’를 세상에 내놓은 지 1년이 된다. 챗지피티 출시 이후 비즈니스뿐 아니라 디지털 라이프도 변해가는데 아직 출시 1년이 안 됐다는 게 놀랍다. 챗지피티 등장으로 1994년 인터넷 브라우저 ‘넷스케이프’(웹의 탄생), 2007년 애플 아이폰(모바일 인터넷의 시작)에 이어 세번째 인터넷 혁명이 도래했음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2023년을 마치고 2024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챗지피티 충격이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사생결단을 하듯 쏟아내는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의 수요자로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등 아태지역 기업들은 생성 에이아이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비즈니스 적용은 더딘 편이다. 실제 어도비가 아태지역 소비자와 마케팅 및 고객경험 전문가를 조사한 결과 현실 비즈니스에 생성 에이아이를 사용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40%에 머물렀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에서는 아직 영미권에 비해 언어 장벽을 해소하지 못했고 그만큼 ‘신뢰’받는 서비스가 개발, 도입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한국도 내년부터는 충격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검증받으며 생성 인공지능 분야를 발전시킬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가트너 아이티(IT) 심포지엄 엑스포’에서 전문가들이 발표한 10대 전략적 예측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심포지엄에서 리 맥멀런 가트너 수석 부사장은 “2027년에는 에이아이 생산성 가치가 국력의 1차 경제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를 유심히 들여다봐야 하는데 기술 추종자들은 “에이아이 기술만이 국력의 지표가 될 것”이라고 해석하며 ‘투자’만 촉구하는 방향으로 오독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발표에서는 2024년부터는 단순히 에이아이 기술이 아닌 ‘에이아이 생산성 가치’(productivity value of AI)가 국력과 기업 경쟁력의 1차 지표로 인식될 것이란 점이 강조됐다.
한국 등 세계 각국이 에이아이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민간 및 공공 부문에서 에이아이를 핵심 기술로 인식하는 전략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의 에이아이 기술에 대한 ‘선도 의지’는 그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생성 에이아이 기술이 실제 비즈니스와 임직원에게 파고들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효율성’ 있게 투자하는가의 기준으로 보면 과연 한국이 ‘에이아이 생산성 가치’의 선도국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에이아이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고용 확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심지어 기존 직업과 직책이 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는지 또 사회적 소통을 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기존 경영자들도 직업과 직책이 사라지는 원인으로 경영상 이유보다 에이아이를 지목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데 사회적 갈등이 심하고 기술에 대한 이해가 상이한 한국에서 각 기업과 국가가 이를 해결할 리더십이 있는지 의문이다.
2028년까지 생성 에이아이로 인해 지식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이 1000%나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가트너 조사). 미 할리우드는 “에이아이에 대체되기 싫다”며 148일간 파업했다. 이후 자동차, 병원, 유통 등 각 산업에서 파업과 타협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며 국가, 기업, 지방자치단체, 노조, 시민사회 등이 조금씩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고 있다. 내년 이후 생성 에이아이는 기술이 아닌 정책, 경영, 노동의 이슈로 본격 등장할 것이다. 국가 차원의 에이아이 기술 개발과 도입에만 열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이 에이아이 격차, 그리고 생산성, 효율성 향상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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