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 급격 확산에 충남·경기 소 사육 농가 ‘초긴장’
3일새 당진·태안과 경기 평택·김포 등지 10개 농장서 발생
모기·파리가 옮겨 막을 방법 마땅치 않아…정부, 백신접종에 속도
“이름도 난생처음 들어보고, 모기나 파리가 옮긴다고 하니 막을 방법이 있겠나 싶어 걱정이 더 큽니다.”
21일 찾은 충남 서산시 부석면 지산리·강당리 일원. 전날 지산리의 A농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럼피스킨병’이 발생하면서 지역 한우·젖소 농가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A농장 반경 10㎞ 방역대 내에는 214농가가 한우와 젖소 8913마리를 사육 중이다.
A농가에서 3㎞ 방역대 내에 위치한 강당리 B농가에서도 젖소가 이날 저녁 럼피스킨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앞서 충남 당진시 신평면 한우농장과 경기 평택시 청북읍 젖소농장의 소도 연달아 확진됐다.
22일에는 경기 김포‧평택의 젖소농장 각 1곳과 충남 태안 한우농장 1곳, 충남 서산 한우농장 3곳 등 무려 6곳에서 추가 확진 사례가 나와 20~22일 사흘간 총 10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일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럼피스킨병이 주말 사이 충남과 경기 지역 곳곳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소 사육농가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럼피스킨병이 최초로 발생한 농장에서 7㎞ 떨어진 곳에서 한우 400마리를 사육하는 이제형씨(52·부석면 마룡리)는 “모기·쇠파리 등 흡혈곤충이 럼피스킨병을 전염시킨다고 하는데,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이들 곤충을 차단방역 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 크다”며 “그동안 구제역 한번 걸리지 않고 잘 버텼는데 이번에는 긴장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한우농가 김준환씨(69·서산시 인지면 둔당리)는 “서산시와 농림축산식품부·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등 여기저기서 밖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문자메시지가 계속 온다”며 “그냥 집에 머무르면서 퇴비사 등을 살충제로 수시로 소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디 큰 피해 없이 이번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에서 젖소를 기르는 한 농가는 “축사에서는 모기가 10월말 이후에도 계속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며 “모기 퇴치등을 가동하고 살충제를 열심히 뿌리는 방법 밖에 없을 거 같다”고 밝혔다.
정황근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장(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2일 회의에서 “서해안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산발적 추가 발생이 우려된다”며 “엄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한우 유전자원의 보고인 농협 한우개량사업소도 비상이 걸렸다. 서산시 해미면과 운산면에 걸쳐 있는 한우개량사업소는 럼피스킨병 발생 농장에서 17㎞가량 떨어져 있긴 하지만 멀리 당진이나 평택에서도 병이 발생한 탓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방역상황실을 확대 운영하고 방역 당국과 실시간 소통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우개량사업소 관계자는 “사업소에 있는 전체 마릿수를 대상으로 21일 백신을 접종하고 있으며, 소를 사육하는 직원의 경우 다른 농장 방문이나 농장주와의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의사인 최기중 서산태안축협 조합장은 “럼피스킨병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모기나 파리를 완벽하게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국은 백신 접종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지역도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는 김포·평택 지역에서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나오자 22일 오병권 행정1부지사 주관으로 긴급 방역 점검 회의를 열고 질병 확산 차단에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럼피스킨병 의심 신고 농가에 가축방역관을 즉각 파견해 정밀검사에 나서는 한편,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
우선 평택시 청북읍 젖소농장 인근 10㎞ 내 소 3만8980마리에 대해 26일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로 했다. 또한 럼피스킨병 발생농장 인근 10㎞ 내에 있는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이동제한 조치하고, 22일까지 임상검사와 의심축 정밀검사를 했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고양시 농협 젖소개량사업소에 있는 젖소 74마리에 대해 긴급 백신접종도 했다.
이 밖에도 럼피스킨병 매개체로 알려진 모기 등의 해충구제를 위해 소독 차량 등 방역 장비를 총동원해 농장 주변과 주변 도로 소독을 계속할 방침이다.
현재 정부는 54만 마리 분량의 백신을 가지고 있지만 사육 마릿수 등을 고려할 때 백신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중수본은 11월초까지 백신 170만 마리분을 추가 도입해 충남·경기 지역 농장에서 사육하는 소 120만여 마리에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