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흑연 수출도 통제한 中, 공급망 다변화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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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갈륨, 마그네슘에 이어 흑연을 자원무기로 휘두르고 나섰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지만, 흑연 통제는 한국 배터리 업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상무부와 관세청은 지난 20일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오는 12월 1일부터 흑연 품목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지난 8월 차세대 반도체 원료인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를 단행하면서 자원무기화 시대를 공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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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등 수입 대체국가 찾아야
중국 상무부와 관세청은 지난 20일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오는 12월 1일부터 흑연 품목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순도, 고강도, 고밀도 인조흑연 재료와 천연흑연 등이 통제목록에 올라 있다. 저민감 일부 품목만 통제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 업체는 해당 품목을 수출할 때 군용을 의미하는 이중 용도 여부 확인절차를 밟아야 한다. 상무부에 이어 국무원 허가를 받아야 수출이 가능해진다.
중국은 지난 8월 차세대 반도체 원료인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를 단행하면서 자원무기화 시대를 공고히 했다. 다른 원자재까지 추가로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는 그때부터 있었다. 이어 두 달 만에 흑연 통제를 선언한 것인데 우리 기업 입장에선 갈륨 통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악재다. 흑연은 이차전지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중 하나인 음극재를 구성하는 핵심 원료다. 우리나라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97%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생산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의 숨통을 중국이 누를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자의적으로 통관을 지연시킬 수 있고,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아예 수출을 불허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와 포스코퓨처엠 등 음극재 업체까지 업계는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자체 재고로 한달 가량은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막대한 생산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의 흑연 매장량은 세계 전체의 20% 정도지만 제련시장 점유율은 70%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 느슨한 환경규제로 가격경쟁력을 극대화해 세계 공급망을 장악했다.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업계는 중국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화급한 상황을 맞은 것은 중국 리스크를 안일한 태도로 미흡하게 대응한 기업과 정부의 중대한 실책이 아닐 수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새 공급처 발굴에 민관이 함께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민간기업이 탄자니아 등 제3국 광산과 체결한 흑연 장기공급 계약을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내년에 가동될 국내 인조흑연 생산공장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와 긴밀한 협조 채널도 가동해야 한다.
세계 배터리 시장은 한중 맞대결 구도다. 중국 업체 CATL이 세계 1위이지만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1위다. 세계 10위권 배터리 기업 가운데 9개사가 한국과 중국 업체다. 기술력에선 한국이 한 수 위에 있지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업체의 공세가 거세다. 중국의 흑연 통제는 한국 배터리 업체의 발목을 잡으면서 한미 배터리 동맹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중국의 자원무기화가 흑연으로 끝나지 않을 것도 분명하다. 정부와 민간은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며 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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