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17만명 관람… 퇴장객·입장객 뒤엉켜 ‘아수라장’ [뉴스 투데이]

박유빈 2023. 10. 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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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험’에 아찔했던 아덱스
셔틀버스 늘리고 현장판매 중단 등
주최측, 인원 분산 조치에도 역부족
통행방향·안내판 찾기 힘들어 ‘진땀’
“줄만 서 있다 행사장 못 들어가” 분통
“인파 사고 나면 병목 가장 위험” 지적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2023’(ADEX·아덱스)가 열린 첫날인 지난 21일, 이곳을 방문한 여러 시민은 길을 찾기 어렵고 너무 혼잡해 관람을 포기하고 되돌아갔다. 22일은 전날보다 체감할 수 있는 혼잡도가 덜했으나 이날도 통행 방향 구분이나 안내판 게시가 미흡해 혼란스러워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입장 기다리는 시민들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3 서울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ADEX)’를 찾은 시민들이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성남=남제현 선임기자
개장 직후부터 관람객이 밀려든 행사장은 오후까지도 긴 인파가 계속됐다. 전날 오후 1시쯤 아이, 남편과 같이 아덱스 행사장을 찾았던 김모(31)씨는 “행사장 앞까지 갔다가 너무 붐벼서 출입구 근처도 못 가고 돌아왔다”며 “입장권을 사전예약한 3만원을 버렸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길가에 전부 주차돼 있어서 겨우 차를 대고 처음에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안전요원이 ‘2∼3시간은 기다려야 해 못 들어갈 수도 있다’길래 포기하고 돌아갔다”며 “우리처럼 줄만 섰다가 못 들어간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덱스를 주최한 한국항공우주산업협회가 파악한 전날 방문객은 7만명이다. 항공우주산업협회 관계자는 “전날 관람객을 끊어서 입장시키거나 입구로 오는 경로를 분산하는 등의 조치가 없었다”며 “전날 밤 대책회의를 통해 이날은 입장객을 끊어 들어가게 하고 특정 구역에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협회 전 직원을 행사장 주변에 투입해 출입 구역이 분산되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3'에서 경찰들이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블랙이글스(공군특수비행팀) 공연이 끝난 뒤 퇴장하는 관람객이 몰려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경 썼다”며 “이날은 셔틀버스 운행 횟수도 늘리고 현장판매를 중단, 재난문자 전송 등을 통해 방문객은 10만명으로 전날보다 많게 추정되나 혼잡은 덜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여전히 관람객이 오가는 통로를 들어가는 방향과 나가는 방향으로 구분하지 않았고 행사장으로 가는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안내판이나 이를 물을 안내요원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행사장 입장 방향이 어디고 현 지점에서 얼마나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시민들은 앞선 사람이 가는 방향으로만 따라가야 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시민은 “안내문이라도 붙여 두지”라고 불평했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 할아버지는 멀리서 안전요원을 불러 “손녀가 화장실이 급하다는데 길 좀 뚫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시민들이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3'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강모(35)씨는 “입구까지 긴 거리를 수많은 인파와 움직이다 보니 앞사람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일부는 양옆 샛길로 지나가다가 다른 시민과 시비가 붙기도 했는데 전반적으로 통제 인원이 부족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오후 들어 행사장에 들어오려는 인원은 오전보다 줄었지만 행사장에 들어오는 사람과 빠져나가는 사람 사이에 방향 구분이 이뤄지지 않았다. 입구와 출구를 구분하던 펜스는 출입구를 수백m 벗어난 뒤부터 사라졌다. 입장객이 적어 서로 뒤엉키지는 않았으나 셔틀버스 타는 길을 찾거나 자차 혹은 택시를 타려 도로로 나가려는 시민 일부가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막는 안전요원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으나 사람이 다니는 통로에서는 길을 물을 안전요원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올해 1학기까지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는 A(17)군은 “일본은 혼잡을 막기 위해 행사장 수백m 전부터 줄을 치거나 8열 횡대로 줄을 세우는 등 세심한 관리를 한다”며 “이번 행사에는 입구 주변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통제하는 사람도 없고 통행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안전사고가 날까 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김연수 동국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인파 사고 발생 시 제일 큰 문제는 사람 수 자체보다도 인파의 흐름이 정체되는 병목 지점 발생”이라며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인 행사장 내부에서는 충돌할 위험이 적더라도 출입구 주변은 한정된 통로라 방향성을 잃는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출입구를 분리할 뿐 아니라 각 방향 동선을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처음 와 보는 공간일수록 이런 안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형 행사일수록 입장 통로에 (경품 추첨 행사장 등) 소규모 행사를 만드는 등 순차적으로 입장시키는 방법을 짜는데, 주최자가 명확했지만 행사 첫날부터 인원을 분산하고 안전요원을 눈에 잘 보이게 촘촘히 배치하는 전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성남=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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