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변화상 비춘 ‘고위당정’···김기현 “이재명 만나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민생 협치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민생 현안과 관련한 정부·대통령실과의 고위당정협의회를 정례화하고, 여당이 “날 것 그대로의 민심”을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 후 당 안팎에서 거듭 혁신 주문이 일자 여당이 주도적으로 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가시적 변화 조짐이 없어 여당의 쇄신풍이 얼마나 대통령실과 정부를 견인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를 향해 “민생 국회가 되도록 여야 대표 민생 협치 회담 개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희망의 정치를, 이념을 넘어 국민을 위한 상생의 정치를 보여드려야 한다”며 “정기국회가 중반으로 접어드는데 국민을 위해 국회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쟁이 아닌 협치의 생산적 국회 운영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민주당과 협의해 나갈 의사를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 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형식과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야당 대표와 만나겠다”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23일 당무에 복귀하는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민생 최우선 행보에 민주당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21대 국회가 진정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국회가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 민생 해결을 위해 협치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당부한다”고 민주당에 전했다. 박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 비판은 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이 대표 복귀를 하루 앞둔 이날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한 것은 보궐선거 패배 후 쇄신책의 하나로 ‘협치’를 내세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가 범죄 혐의를 국민들이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식’까지 하니 약자로 인식됐다”며 “실제로는 국민의힘이 원내 소수인데도 (겉으로는) 우리가 민주당을 탄압하고 정쟁하는 것처럼 비친 것이다. (여당은)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한 “지금까지 주요 현안마다 비정기적으로 개최했던 고위당정협의회를 오늘부터 매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는) 성과 당정협의회가 됐으면 한다. (정부와 당 사이) 기조와 방향 확인 차원을 넘어, 매주 지난 당정협의 내용이 반영된 결과를 측정하고 가시적 성과 여부를 다면적으로 평가·검토하며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여러 사안에 대해 당도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며 “날 것 그대로의 민심도 이 자리를 통해 가감 없이 정부 측에 전달해 협의토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경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 ‘개혁 당정’, 소상공인·청년·장애인 등 각계각층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는 ‘경청 당정’을 제안했다.
여당이 정책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보궐선거 후 처음 열린 고위당정협의회를 10개월여 만에 국회에서 개최한 것도 여당이 정책주도권을 쥐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보궐선거가 여당의 완패로 마무리되자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이에 김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에서 “당·정·대 관계에 있어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정당 현수막 등 시민들과의 접점에서부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당 논평에서 이 대표 공격 메시지를 줄였고, 정쟁 유발 현수막도 철거하기 시작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현수막 공해’, 국민의힘이 먼저 반성한다. 언제 어느 곳에서도 민생이 최우선”이라며 “정쟁 유발성 당내 각종 태스크포스(TF)도 정리해 정책 중심 정당으로 변화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여당은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증액도 추진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민심 악화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소상공인 등 취약층 관련 예산 및 대폭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발 쇄신 움직임이 집권세력 내부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회의적 목소리가 많다. 윤 대통령이 국정기조, 당정관계, 대야관계, 언론소통 등에서 가시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김기현 대표가 자기 나름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윤 대통령이 변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각자의 개인기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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