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은 잊어라' 매디슨X손흥민, 뉴 브로맨스 탄생..."아침마다 꼭 안아주고 싶은 캡틴"
[OSEN=고성환 기자] 이제 해리 케인(30, 바이에른 뮌헨)은 잊어도 될 것 같다. 손흥민(31)과 제임스 매디슨(27)이 토트넘 홋스퍼에서 새로운 브로맨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매디슨은 '나이스 가이' 손흥민과 꽃피우고 있는 브로맨스를 사랑한다. 손흥민은 그와 함께 뛴 후 웃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토트넘은 지난여름 케인을 잃었다. 그는 10년 넘게 몸담았던 토트넘을 떠나 '독일 챔피언' 뮌헨으로 이적했다. 토트넘은 케인의 이적료로 1억 2000만 파운드(약 1975억 원) 가까이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의 걱정은 매우 컸다. 토트넘에서 케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기 때문. 그는 11살에 토트넘 유스팀에 합류한 뒤 435경기에서 280골을 터트리며 토트넘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전설이다. 케인은 지난 시즌에도 홀로 리그에서만 30골을 책임진 만큼,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손흥민이 이전처럼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손흥민과 케인 듀오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위험한 듀오로 군림했다. 둘은 지난 8시즌간 리그에서만 47골을 합작하며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로그바(36골) 듀오를 가볍게 따돌리고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다 합작골 기록을 세웠다.
기록도 손흥민이 24골 23도움, 케인이 23골 24도움으로 딱 절반씩이었다. 하지만 케인이 뮌헨으로 떠나면서 진행형이던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언제나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던 케인이 사라지면 손흥민의 절묘한 침투와 엄청난 결정력도 빛을 잃을지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의 발끝은 더 예리해졌다. 그는 지난 번리전부터 히샬리송을 대신해 최전방 원톱 역할을 맡았고, 9월 4경기에서 6골을 터트리며 펄펄 날았다. 9월 한 달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보다 많이 득점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손흥민은 9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도 거머쥐었다. 개인 4번째 수상이자 지난 2020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의 수상이다. 손흥민은 이달의 선수 4회 선정을 기록하며 티에리 앙리와 데니스 베르캄프, 폴 스콜스, 앨런 시어러, 프랭크 램파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토트넘도 무패 행진을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토트넘(승점 20)은 리그 8경기에서 6승 2무를 거두며 한 경기 더 치른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날(이상 승점 21), 리버풀(승점 20)에 이어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풀럼전에서 승리한다면 다시 선두를 탈환할 수 있다.
손흥민과 토트넘이 이토록 날아다니는 데는 '신입생' 매디슨의 역할이 가장 크다. 물론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체질 개선에 성공한 점도 크지만, 매디슨이 창의적인 패스와 공격 조율로 토트넘 공격을 조립하고 있다.
매디슨은 지난여름 레스터 시티를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레스터에서 리그 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로 떠올랐지만, 지난 시즌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다. 날카로운 킥과 득점력을 갖춘 매디슨은 지난 시즌에도 리그 10골 9도움을 터트렸으나 팀은 19위에 그치며 2부로 추락하고 말았다.
토트넘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접근해 매디슨을 품는 데 성공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떠난 이후 창의적인 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없었던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토트넘은 돈을 아끼지 않고 기꺼이 4000만 파운드(약 658억 원)를 투자했다.
토트넘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은 정답이었다. 매디슨은 이적하자마자 부주장을 맡으며 '캡틴' 손흥민을 보좌했고, 경기장 안에서도 어느새 리그 2골 5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8월에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까지 차지하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영국 현지에서는 매디슨이 케인을 대신해 손흥민과 찰떡 케미를 선보이고 있다고 조명 중이다. 매디슨과 손흥민의 호흡을 보며 손케듀오 시즌 2를 떠올리고 있는 것.
데일리 메일은 "모두가 브로맨스는 죽었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토트넘에서 깨트릴 수 없는 듀오는 케인과 손흥민뿐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둘만큼 많은 골을 합작한 듀오는 아무도 없다. 케인만큼 손흥민이 소년처럼 미소 짓게 만든 이는 없었다.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후 그런 사람이 또 나올지 궁금했다. 그러나 매디슨이 등장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매디슨은 올여름 레스터를 떠나 토트넘에 합류했고, 손흥민과 둘이서 8골 5도움을 책임졌다. 매디슨은 지난 아스날전에선 손흥민의 멀티골을 모두 어시스트했다. 둘은 서로의 세레머니를 따라하는 걸 좋아한다. 매디슨은 손흥민이 다시 한번 활짝 웃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손흥민과 매디슨은 주장단으로서 같이 팀을 이끌 뿐만 아니라 경기장 안팎에서 붙어다니고 있다. 둘은 서로가 득점할 때면 함께 세레머니를 펼쳤다. 손흥민은 매디슨의 다트 세레머니를, 매디슨은 손흥민의 찰칵 세레머니를 따라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둘은 경기 전부터 동반 세레머니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특히 매디슨은 손흥민에게 골프 캐디를 맡아달라고 농담하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직접 개최한 자선 골프대회에 손흥민을 자신의 캐디로 초청했다. 다만 손흥민은 A매치 일정을 소화하고자 빠르게 귀국했고, "(매디슨이) 나를 캐디로 쓰길 바란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비행기를 타야 한다. 약간 슬퍼하더라"라며 유쾌하게 받아쳤다.
손흥민도 새로운 파트너 매디슨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가디언'을 통해 "매디슨은 정말 좋은 선수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기회를 만들고 패스를 넣어줄 이런 선수가 필요했다. 그와 뛰는 건 정말 즐겁다"라고 말했고, 'TNT 스포츠'와 인터뷰에선 "난 매디슨을 사랑한다. 그는 모든 것을 한다. 환상적인 선수다. 우리 팀에 그런 선수가 있다는 건 특별한 일"이라고 극찬했다.
매디슨도 손흥민을 향한 깊은 애정을 표현하며 화답했다. 그는 "솔직히 손흥민을 웃게 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알겠지만, 그는 타고난 나이스 가이"라며 "아침에 볼 때마다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다. 난 운이 좋게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많은 토트넘 팬들이 그를 끌어안고 싶어 한다는 걸 안다"라고 말했다.
매디슨은 레스터 시절부터 손흥민과 관계를 쌓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레스터에 있을 때 손흥민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그때도 그는 경기가 끝나면 내게 다가와 악수를 건넸고, 날 안아주며 칭찬했다.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본다. 그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쏟는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보여주는 모습도 칭찬했다. 매디슨은 "손흥민은 곁에 두기에 따뜻한 사람이고 환상적인 주장이다. 그는 행동으로 팀을 이끈다. 만약 그가 당신의 주장이라면,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손흥민은 정말 좋은 사람이고, 매우 높은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팀에 전염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매디슨은 "말로는 손흥민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 그는 훌륭한 주장이고, 훌륭한 친구"라며 "공격수와 같은 생각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그가 다른 시도를 할 때 패스한다면 효과가 없을 것이다. 훈련도 하고, 대화도 하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라며 앞으로의 손흥민과 호흡을 더욱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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