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공상급여 매년 수천 건 거절… 치료비 일부는 자비로

윤준호 2023. 10. 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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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경찰서 교통과 조승희(46) 경사는 지난달 1일 밤 음주단속 업무 중 도주하는 오토바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최 경사는 "공상 제도를 악용할 것이 우려된다면 심사를 더 꼼꼼하게 해야 하는데, 후유증에 대한 공상급여 신청이 왜 거절된 건지 물어도 '인과 불명'이라는 답 외에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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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추정제’ 개선 목소리
2022년 3400여건 공무 재해 불인정
3년간 미지급 공상급여액만 18억
심사 까다롭고 일부 비급여 지급 안 돼
난동범 잡다 다쳐도 보상은 찔끔
후유증 등 추가 상병 인정 못 받아
“심사 단계·급여 지급 과정 손봐야”
서울 용산경찰서 교통과 조승희(46) 경사는 지난달 1일 밤 음주단속 업무 중 도주하는 오토바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검문에 불응하는 오토바이는 수배 상태라든지 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를 들이받은 오토바이는 인근에 주차돼 있던 순찰차와 충돌한 뒤에야 멈췄다. 순찰차가 찌그러질 만큼 온몸에 강한 충격을 입은 조 경사는 복부와 허리 치료를 받았고, 모든 관절이 탈골될 것 같은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월1일 오후 11시쯤 서울 녹사평역 인근에서 음주단속 업무 중이었던 조승희 경사가 도주하는 오토바이를 향해 몸을 날리는 모습이다. 조 경사는 더 큰 사고를 방지하려면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경찰서 제공
 

지금까지 지불한 검사비와 치료비만 500만원가량이지만 조 경사는 이를 모두 사비로 충당했다. 공상급여는 일단 치료를 받아야 청구할 수 있고, 가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데다 치료비를 댈 경제적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 경사는 10일간의 입원과 9번의 통원 치료를 끝으로 복직했다. 몸이 아파도 치료비를 더 감당하기 어려웠다. 치료비만큼 공상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비급여 항목 치료비는 지급되지 않고 심사 과정이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해마다 3000건 이상 경찰직 공무원 공상급여 지급이 거절됐다. 거절 건수는 2022년 3489건, 2021년 3432건, 2020년 4801건이다. 청구했으나 지급되지 않은 공상급여 액수도 2022년 7억5900만원, 2021년 3억5600만원, 2020년 6억7100만원으로 최근 3년 17억8600만원에 달했다. 공상급여 지급 거절 배경에는 후유증 등 추가 상병이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2016년 지명수배자 검거 전국 1위로 특진까지 했던 인천 중부경찰서 최지현(35) 경사의 사례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경우다. 최 경사는 2017년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던 한 남성을 현행범 체포하는 과정에서 폭행당해 어깨 연골을 수술했다. 후유증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얻어 지금까지 쓴 치료비만 1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그가 받은 공상급여는 3300만원에 불과하고 경찰복지기금 등 정부 지원금을 합쳐도 5000만원 수준이다. 수술 이후 얻은 후유증에 대해서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며 공상급여 지급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사금융 대출까지 끌어 써 매달 40만원 넘는 이자를 내는 최 경사는 사비로 변호사를 선임해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승소하면 이중배상금지 원칙에 따라 배상금 전액을 공무원연금공단에 돌려줘야 한다. 최 경사는 “공상 제도를 악용할 것이 우려된다면 심사를 더 꼼꼼하게 해야 하는데, 후유증에 대한 공상급여 신청이 왜 거절된 건지 물어도 ‘인과 불명’이라는 답 외에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않고도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상추정제는 지난 6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공상 인정 단계뿐만 아니라 급여 지급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비로 부담하느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후유증은 자기가 안고 가야 하는 등 불합리한 급여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공무를 수행하다 다친 경찰에게 치료비를 절반밖에 지원할 수 없으니, 나머지 절반은 개인이 부담하라는 식으로 떠넘기는 일도 있다”며 “최대 일 6만원씩만 지급하는 간병비로 간병인력을 구하기도 힘든 만큼 공상급여의 현실화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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