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E·S·G 따로놀면 한계 직면… 데이터 연계 효과나야 `디지털 금융`
KB, 도심양봉 꿀벌수도 체크
데이터로 적정개체 유지 활용
신한, 직원-고객간 정보 수집
인권보호·산업안전 등 수치화
업계, 폐플라스틱 줍기 운동에
청년주택·취약층 금융 등 지원
"사회적 가치 데이터화 나설 것"
KB국민은행은 서울 여의도 본점 옥상과 서울 숲에서 꿀벌을 키운다. 'K-Bee 도시양봉장'이다. 'BEE Hotel(꿀벌 호텔)'도 설치했다. 본점 옥상에 서식하고 있는 꿀벌 개체수는 대략 12만마리. 매주 한번씩 죽어 떨어진 꿀벌 숫자를 체크해 데이터로 저장한다. 개체수를 확인하고 적정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양봉 환경을 개선한다. 이같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작년 1분기 국내에서 사라진 꿀벌(78억마리 한국양봉협회 기준)의 0.0015%를 살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부터 5년간 'KB 바다숲 프로젝트'를 통해 잘피(Sea grass)숲도 복원에도 나선다. 목표인 9만9000㎡를 조성할 경우 소나무(30년생) 10여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생존율도 데이터화 해 70% 미만일 때는 보완 작업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내부직원과 고객을 상대로 주기적으로 '신한Way 서베이'를 진행한다. 설문 결과를 토대로 현황과 개선 목표 등을 만들어 데이터로 관리한다. 정성 평가에 머물던 인권경영이라는 개념을 정량화 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유관기관을 통한 3자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측정된 신한은행의 인권영향 준수율은 최종 93.7%로 집계됐다. 경영체계 구축 88.9%, 고용상 비차별 95.2%, 산업안전 보장 89.4%, 결사 및 단체교섭의 자유 보장 100%, 강제노동 금지 95.8%, 고객인권 보호 100% 등 항목별 수치도 책정됐다. 은행은 수치화된 ESG 데이터로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신인도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금융은 사실 숫자 놀음이다. 대부분 거래가 계량화된 숫자로 기록된다. 바로 '데이터'다. 금융권은 이같은 업종 특성을 살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데이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디지털 금융'이라는 국제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새로운 시도다.
환경(E) 분야의 데이터 전환은 진화를 거듭해 가장 앞서가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환경공단,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측정 지표가 있는 유관 기관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기관에는 이메일 발송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량, 플라스틱 폐기물 소각으로 인한 탄소배출량, 형광등·신용카드 폐플라스틱 자재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책정할 수 있는 지표가 있다. 가장 친숙한 데이터는 탄소배출량이다. 하나금융은 작년 말 기준 207조원 금융자산에서 이산화탄소 4626만t 이 배출된 것으로 측정했다. 이를 토대로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7%, 2040년 56% 각각 줄일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아예 돈으로 환산했다. 작년 말 탄소 12만8032t을 배출한 것으로 측정했고, 이로 인한 환경비용(사회적 비용)을 141억원으로 추산했다. t당 11만165원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탄소배출량 감축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에게는 결국 경영실적 개선(비용절감 및 수익 증대)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환경(E) 데이터는 사회(S)와 공통분모를 찾는 데까지 성공했다. 환경 전문가인 이우균 지속발전연구소장(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은 "환경공간정보를 통해 정량화 평가가 어려운 건 아니다"며 "하지만 우리가 아는 환경에 대한 인식만으로는 환경(E)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E, S, G 정보가 연계성을 갖고 같이 움직여야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사업이 사회적 가치를 증대시킬 경우 데이터는 더욱 명확해진다. 신한은행은 친환경 숲을 조성하면서 사업담당인력(인건비 3000만원)과 사업운영비(1억9000만원)을 투입했다. 은행은 이로 인해 2억2000만원의 사회적 수혜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연간 미세먼지는 한그루당 35.7g, 미세먼지 비용은 한그루당 66.352원 줄어들 것으로 집계했다. 우리금융도 전국 35개 초등학교에 1만9231명을 동원한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캠페인 실시했다. 927kg 폐플라스틱을 수거하면 이산화탄소 발생량 2.27톤을 줄일 것으로 봤다.
사회(S), 지배구조(G) 등 카테고리에서도 정량 집계 데이터를 쌓고 있다. 다만 정성적 평가 영역이 많고, 아직까진 기준이 중구난방인 영역으로 꼽힌다. 업권 간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중요한 셈이다.
금융권 사회(S) 활동은 '포용금융'을 대표 사례로 꼽는다. 올해 20조원을 지원 목표삼은 '우리상생금융 패키지'와 같은 사례다. 보다 넓게 보면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 신한캐피탈의 '청년주택 개발 프로젝트 참여', 신한금융희망재단의 '금융소외계층 금융교육' 등도 모두 사회(S) 분야에 해당된다.
지배구조(G)는 기업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이 포함된다. KB금융의 인재양성 전략 W.I.T.H, 시차출퇴근제, 임직원 고출처리, 차별 및 괴롭힘 방지, 우리사주 지급, 금융소비자보호, 장애인 취업 지원, 금융사기(보이스피싱) 예방 등이 모두 지배구조(G) 정량화 데이터가 가능한 영역으로 꼽고 있다.
사회(S)와 지배구조(G) 영역도 계량화가 가능한 영역이다. 다양한 계층의 채용, 양성평등 실현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KB금융은 장애인, 보훈, 다문화, 기초생활수급자 등 신규채용 비율을 15%로 늘렸다. 여성 부점장 및 경영진을 20%로, 본부팀장 등 여성핵심 전문가를 30%로 각각 확대했다. 생색내기식·시늉하기식 발탁탁이 아니다. 데이터를 기초로 한 능력 검증을 거쳐 확대한 결과다.
금융사의 사회적인 가치와 신뢰도 역시 데이터화로 입증하고 관리하고 개선시킬 수 있는 영역이다. ESG 전문가들은 데이터화가 객관적이고 투명한 ESG 실천의 근간이라고 강조한다. 회계전문가인 서울소재 대학의 교수는 "납품업체나 공급사슬 업체들이 자료를 입력하면 모기업이 이를 취합할 수 있도록 선진 시스템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ESG 정량화하는 게 우선이지만 정량화 안되는 것은 정성적으로라도 기술해야한다"며 "기업들이 안 해봤던 것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나 관계 당국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부연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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