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정미 경기도간호사회장

정자연 기자 2023. 10. 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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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재추진…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힘 보탤 것”
김정미 경기도간호사회장이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간호법 제정 등 현안 대응책과 도회가 나아갈 방향을 밝히고 있다. 윤원규기자

 

국가가 필요로 할 때마다 마다 않고 늘 발 벗고 나선 직군 중 하나가 단연 간호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졌던 3년간은 물론 그 이전엔 메르스 대응, 과거엔 저 멀리 서독으로 날아가 고국을 도왔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대한간호협회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의미 있는 해이지만 올 상반기 ‘간호법 제정’ 폐지 등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고민도 많아 보인다. 하반기인 현재 지역·필수의료 붕괴에 따른 대책 마련까지, 보건의료 정책이 올해 국가 주요 사안으로 떠오른 시점이다. 김정미 제21대 경기도간호사회장(59)을 만나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로운 100년을 위해 선배 세대로서 해야 할 일들을 마땅히 해나가겠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한 그의 태도에서 진심이 읽혀졌다.

Q. 취임 직후부터 간호법 개정 등 주요 현안이 많았다. 지난 7개월간의 소회를 밝힌다면.

A. 도회 차원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꽤 큰일들이 지나갔다. 지난 3월9일 취임 직후부터 간호법 제정과 관련해 투쟁을 이어왔다. 알다시피 아직 미완이다. 전력을 다했던 것만큼 상실감이 커 꽤 힘들었다. 또 36년간 현장에 있다가 지난 8월 말 정년퇴임을 했다. 주로 중환자실에 있었고 감염관리실에도 7년 반가량 있었다. 꼭두새벽에 나가 환자와 간호사들을 챙기는 일을 하다 퇴임을 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제 3만7천여 회원이 속한 경기도간호사회를 더욱 책임감 있게 이끄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매진하려 한다.

Q. 간호사로 현장을 지켜오면서도 도회 일에 적극 나서며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A. 화성시에 간호사회가 없었는데 시간호사회를 만들고 회장을 맡아 안정화시키면서 경기도부회장도 맡았다. 임상에 직접 있다 보니 여러 이슈를 전달하는 의사소통도 쉽고 도회 일을 돕는 데 유리한 부분이 있었다. 메인 이슈였던 간호법 제정에서도 간호 인력이 가장 많은 곳이 임상이라 이들에게 이슈를 전달하고 현장에 와 닿게 어떻게 법이 적용되는지 전달하는 특강을 많이 해왔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우리는 물론 후배들을 위해, 또 국민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병행해 왔던 것 같다.

Q. 코로나19 현장에서 간호사들의 노고가 매우 컸다. 팬데믹을 대응하며 간호사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점은 무엇이고 현재는 해소됐는지도 궁금하다.

A. 근본적인 문제는 간호사의 일이 3교대 24시간이라는 거다. 환자를 두고 쉴 수 없고 일 자체의 스트레스도 매우 크다. 아픈 사람을 대면하는 만큼 체력적 정신적 힘듦이 한 번에 온다. 야간간호 수가와 인력 충원, 휴식 등이 보장돼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는 재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으니 모두가 이를 악물고 대응했다. 그 시기가 끝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점은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2015년 메르스 때도,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도 모두가 무섭고 두려울 때 직접 환자에게 다가가고 현장에서 대응한 것은 우리, 간호사였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Q. 최근 신입 간호사들의 사직률이 꽤 높다고 들었다. 이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은데.

A. 신입 간호사들의 사직률이 50%를 넘고 있다. 숙달된 인력들이 외국으로 떠나는 사례도 많다. 후배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해 선배로서 책임감을 매우 강하게 느낀다. 임기 중 간호사들이 일에 매진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물론 재충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려 한다.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간호사 윗데이(with day)와 워크숍, 신입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슬기로운 취미생활’ 등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일에만 묻혀 있는 간호사들을 세상 밖으로 집어내는 데 노력하고 있다.

Q. 도회 차원의 대응으로만 풀기엔 사실 어려운 숙제다.

A. 맞다. 특히 젊은 간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 테두리 안에 명시된 정책 방향을 개발할 계획이다. 간호법 제정 역시 이러한 책임감으로 추진했다. 우리가, 선배 세대가 숙명처럼 해왔던 일을 강요가 아닌 법 안에서 인정받고 책임지게 하는 거다. 열정적인 간호사들이 지쳐 현장을 떠나지 않고 머무르게 하는 것,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이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수혜 대상인 환자와 가족, 국민이 함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요구하고 나아갈 거다. 보건의료 정책과 간호 정책을 강조하고 후배들에게 알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Q. 간호법 제정,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 보는가.

A. 1923년 간호협회가 공식 출범해 올해 100주년을 맞은 만큼 올해 간호법이 제정되길 더더욱 바랐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 명확화, 간호 인력의 양성과 수급 안정화로 전문적이고 안전한 간호서비스 제공, 변화된 보건의료 환경에 발맞춰 간호·돌봄에 대한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반영하고자 했던 것이 목적이었다. 프레임에 희생된 것 같아 많이 속상하고 사실 하고 싶은 말도 많다.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던 간호법의 폐기는 매우 아쉽지만 진실성을 국민들께 다시 알려 간호법 재추진에 매진할 예정이다. 어찌 보면 100년 역사 중 겨우 2년 반 집중적으로 크게 목소리 냈다. 겨우 2년 반이다. 100년 중 2년 반을 빼고 97.5년 남았다고 보면 그 안엔 끝장 보지 않겠나. 마침표 찍는 날이 빨리 올 거라 믿는다.

Q. 지역·필수의로 붕괴로 의사 수 확대 등 의료 분야 정책이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A. 간호사 수도 부족하지만 현장에서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간호사가 떠안듯 해왔다. 간호사의 불법진료 문제가 단순히 PA간호사(진료보조간호사)에게 국한된 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일반 간호사 모두에게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불법진료신고센터 신고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간호법 제정 투쟁 당시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돌입하고,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개설해 사례를 수집하고 면허반납 운동 등의 퍼포먼스를 벌였던 것은 의료를 이용하는 국민과 행정, 입법에 계신 분들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제대로 된 정책과 행정으로 의사나 간호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구현하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실현되길 바란다.

Q. 앞서 밝힌 대로 대한간호협사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A. 우리나라가 광복되고 난 이후로 한 직군이 100년간 일을 해온 것인 만큼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 6일 ‘간호돌봄 대장정’ 봉사단체를 발족했다. 우리가 원래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해온 것이니 간호협회 전국의 이사들이 서울의 무료 급식센터에서 봉사하면서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또 사진전, 정책 선포식, 음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행사를 이어나간다. 경기지부에선 늘 해왔던 봉사활동을 해나간다. 기존에 경기지부에선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해 왔는데 이와 함께 추가로 했으면 하는 분야를 찾아 내년 5월12일 국제간호사의 날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Q. 경기도간호사회 역시 오래되지 않았나. 그 역사가 궁금하다.

A. 1946년 회원 63명으로 창립해 1948년 정부 수립과 동시에 ‘대한간호협회 경기지부’로 개칭됐다. 현재 단체명인 경기도간호사회로 명칭이 바뀐 것은 1995년이다. 간호사 수가 늘어나고 지역사회에서의 역할도 커지면서 도회의 역할과 책임도 늘었다.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 위탁 ‘간호인력취업교육 사업’을 시작해 경기권역센터를 운영 중이며 유휴간호사 재취업 교육 및 신규·경력 간호사, 간호보조인력 교육 등 다양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23개 지회에 총 3만7천명의 회원이 있다. 전국에서 수가 가장 많은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 도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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