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으로 우뚝…김성욱 "무조건 칠 수 있다는 마음"(종합)[준PO]

김희준 기자 2023. 10. 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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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상무서 제대…올해 줄곧 백업으로 뛰어
8회 대타 결승 투런포 작렬하며 NC 4-3 승리 견인
[인천=뉴시스] 고승민 기자 =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NC다이노스 대 SSG랜더스 경기 1차전, NC 공격 8회초 1사 1루 상황 8번타자 김성욱이 좌중간 뒤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2023.10.22. kkssmm99@newsis.com

[인천=뉴시스] 김희준 박윤서 기자 = SSG 랜더스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자랑하던 NC 다이노스 외야수 김성욱이 가을야구 무대에서 '백업 요원의 반란'을 선보였다.

NC는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벌어진 2023 신한은행 쏠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SSG 랜더스를 4-3으로 꺾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준PO에 나선 NC는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정규시즌 3위로 준PO에 직행한 SSG는 1패를 안고 출발했다.

NC 승리의 중심에 김성욱이 있었다.

타자 친화적 구장에서 '홈런 군단' SS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대거 14점을 낸 NC가 맞붙어 타격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기는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SSG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7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NC 마운드에선 선발 신민혁이 5⅔이닝 무실점으로 맞섰고,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등판한 김영규가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1~3회, 5~7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마치는 등 견고한 투구를 이어가던 엘리아스를 무너뜨린 것이 김성욱이었다.

'0'의 행진이 이어지던 8회초 NC 선두타자 서호철이 내야안타를 쳤다. 불규칙 바운드 된 땅볼 타구를 유격수 박성한이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면서 안타로 연결됐다.

그러나 후속타자 김형준이 희생번트에 실패했다. 타구를 잡은 엘리아스는 곧장 2루로 던져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미세한 플레이 하나로 승패가 갈릴 수 있는 포스트시즌에서 번트 실패는 자칫 흐름을 넘겨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때 0-0의 균형을 깨는 김성욱의 홈런이 터졌다.

1사 1루 상황에 오영수의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김성욱은 상대 선발 엘리아스의 초구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자 지체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좌중간을 훌쩍 넘어가는 투런포로 연결됐다.

시원한 홈런포로 침묵을 깬 NC는 9회초 2점을 더해 승부를 갈랐다.

'백업의 반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9월 제대해 올해 1군에 합류한 김성욱은 권희동, 박건우, 손아섭, 제이슨 마틴 등이 버틴 NC 외야에서 수비가 좋고 발이 빠른 백업 요원으로 줄곧 뛰었다.

시즌 초반에는 선발 외야수로 뛰었지만 5월 이후에는 벤치에 앉아있다가 그라운드를 밟는 일이 잦았다.

올해 정규시즌에 출전한 93경기 중 선발 출전은 41경기에 불과했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김성욱은 교체 출전했다.

올해 유독 SSG에게는 강한 면모를 자랑했다. 이번 시즌에 10경기에서 타율 0.375(16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9개 구단 상대 타율 중 가장 높다.

강인권 NC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선수들이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자 김성욱을 대타 카드로 내세웠고, 김성욱은 결정적인 홈런으로 믿음에 한껏 보답했다.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서호철, 김형준의 깜짝 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 서호철은 만루포를 포함해 6타점을 쓸어담았고, 김형준은 홈런 두 방을 작렬했다.

이번 '미친 선수'는 김성욱의 차례였다. 이날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도 품에 안았다. 백업 요원이던 그는 '가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경기 후 김성욱은 "항상 대타로 나갈 수 있게 잘 준비하라고 하신다. 오늘 따로 주문하신 것은 없다"며 "대타 출전 사인이 나왔을 때 자신있게 하자고 생각했다. 무조건 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임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타격 직후 홈런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제발 넘어가라는 생각으로 뛰고 있는데 넘어가더라"며 "더그아웃에 들어와 많은 축하를 받았다. 예전 포스트시즌에서 쳤던 홈런들이 생각나 좋았다"고 말했다.

예전에도 유독 외국인 투수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뽐냈던 김성욱은 "(권)희동이 형이 '한국에 안 맞는다, 메이저리그로 가야한다'는 소리를 농담삼아 한다. 비결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큰 경기에 강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는 "부담을 갖는 스타일은 아니다. 설렌다는 느낌 뿐"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또 언제 야구를 해보냐는 생각이어서 좋은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NC는 김성욱이 상무에서 복무 중이던 2021년과 2022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김성욱이 돌아온 올해 다시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했다.

김성욱은 "다시 돌아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돼 좋다. 행운의 상징인가 싶기도 하다"며 웃은 뒤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았다. 선발 출전하든, 교체 출전하든 오늘 같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공교롭게도 SSG가 2차전 선발로 내세운 김광현에게도 강했다. 올해 김광현 상대 타율이 타율 0.500(6타수 3안타)에 달한다.

김성욱은 "어렸을 때 (김광현을)처음 상대하면서 TV로만 보던 대투수셔서 재밌겠다고 느꼈다. 치다보니 안타가 나오고,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쌓였다. 그게 쭉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donotforge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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