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피용’ 혁신위 잘 될 턱이 있나…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찾기 11일째 난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며 환송 나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열흘이 넘도록 혁신위원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위원장 자리를 제안한 외부 인사들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차분한 변화’ 주문에 따라 ‘면피용 혁신위’를 구성하려다 예고된 실패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까지 혁신위원장 제안을 수락한 인사는 없다. 김 대표가 유력하게 염두에 뒀던 한 당 외부 인사도 제안을 최종적으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 목표로 했던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 통과는 이미 물건너갔고, 오는 23일 최고위 의결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거절한 사람이 꽤 되는 것으로 안다”며 “첫 단추가 잘 끼워지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아직 원외에서 (혁신위원장을) 찾고 있다”고 했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 원내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김 대표가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수습의 최우선 과제로 내놓았다. 선거 패배 11일이 지나도록 그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시간에 쫓겨 잘못된 인사를 할 경우 그 후폭풍이 훨씬 더 클 것”이라며 “시간을 충분히 갖고 상징성 있는 인물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외부 인사의 경우 논란만 낳은 채 성과 없이 끝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 사례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당과 관계를 맺어온 원로에게 맡기면 안정감은 있겠지만 혁신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혁신위원장 인선에)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서조차 “되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을 인선해야 혁신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임자가 없는 게 아니라, 김 대표가 현 지도체제를 손대지 않을 안전한 선택을 하려다보니 사람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지도부 간담회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비윤석열계 하태경 의원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에서 혁신위원장 수락 조건으로 ‘활동의 독립성과 구성의 자율성’을 꼽으면서 “(혁신위에 전권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혁신위원장을 뽑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에 전권을 주게 되면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의미가 사라진다. 그러다 보니 김 대표로서는 전권을 줄 수가 없고, 혁신위 권한이 불분명하니 혁신위원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혁신의 핵심은 공천인데, 혁신위가 공천 문제를 건드려도 내년 초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를 수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혁신위의 태생적 한계가 인물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이날 “혁신안이 실행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으니 누가 쉽게 맡으려 하지 않는 것”이라며 “지도부가 원하는 혁신을 하려고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이 대통령실과 정부 잘못을 견제하고 이준석 (전 당대표) 같은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혁신위에서 나와야 한다”며 “이를 당 지도부가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김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힘이 없는데 혁신위에 무슨 힘이 실리겠느냐”며 “윤 대통령은 당에 대한 통제권을 잃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국민의힘 혁신의 최대 과제는 당과 대통령과의 관계”라면서도 “혁신위가 ‘다음 총선은 당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 대통령은 당에서 손을 떼라’고 한다면 혁신위원장이 날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김 대표 체제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 앞에 뭐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혁신위”라며 “혁신의 대상, 활동 기한 등이 나와 있지 않아 좌고우면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