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두번 사고친 키움證 책임져야 … 모든 증권사 고강도 관리"
키움증권 계좌 100여개로
주가조작세력 자전거래 방치
금융당국 "4000억 손실 추정"
타증권사는 안전판 세울 때
키움은 증거금률 40% 유지
키움증권이 연이어 스캔들에 휩싸이며 기로에 섰다.
지난 4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SG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 위기에 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시세조종 세력의 놀이터가 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키움증권은 물론 전 증권사에 대해 리스크 관리 실태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22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4월에도 사고를 냈던 증권사"라면서 "적극적인 영업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앞서 라덕연 사태 때도 김익래 전 회장이 연루된 적이 있는 만큼 충분히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만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주가조작을 '최소한 방치'했다는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는 키움증권 사례에서 보듯 리스크 관리는 증권회사가 '반드시 써야 하는 정말 최소한의 비용'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4월 발생한 라덕연 사태 이후 집중 점검을 통해 6월 강기혁 씨가 시세를 조종한 행위를 적발해내면서 연초부터 꾸준히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종목별 증거금률 산정은 증권사들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키움증권이 이번 영풍제지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약 4000억원을 날릴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미수거래를 방치해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거뒀지만 이번 사고로 미수채권 5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 정도는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키움증권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9772억원(에프앤가이드 집계) 대비 절반가량으로 영풍제지의 추가 하락폭에 따라 대규모 4분기 실적 쇼크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타 증권사들이 증거금률을 올릴 때 키움증권도 신용거래 증거금률은 100%로 상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미수거래 증거금률은 40%를 유지해 주가조작 세력에게 일부러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점검하고 리스크 관리 실태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키움증권에서 미수거래된 금액 상당수가 시세조종 세력이 자전거래에 쓴 100여 개 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좌에는 영풍제지 외에 다른 종목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키움증권 입장에서는 영풍제지에 대한 거래정지가 풀려야 반대매매가 가능하다.
키움증권이 공시한 미수금 4943억원은 증거율이 40%일 때 8238억원을 미수거래한 것에서 발생했다. 하한가로 내려가기 전날인 지난 17일 시가총액이 2조2000억원대였고 유통 물량이 770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자전거래 횟수가 잦았더라도 시세조종 거래 외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나 보유 물량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하루에 700만주 정도가 거래되는 가운데 18일 19만주 거래에 하한가를 기록했다는 점도 그동안 개미들의 매수가 많이 따라붙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60거래일간 다른 국내 증권사에서는 순매도 물량만 나왔는데 키움증권에서는 673만주를 순매수한 바 있다.
영풍제지가 하한가를 추가로 3번 더 기록한 후 주가가 1만1628원대까지 내려간다면 키움증권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1978억원, 손실액은 2826억원을 기록한다. 이 가격대 아래까지 가면 영풍제지 대주주인 대양금속이 지난달까지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받은 은행권 대출이 트리거가 돼 대주주 물량마저 나올 수 있다.
영풍제지 측은 지난 8월까지 2000억원대 블록딜을 추진했으나 높은 가격 때문에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9월에는 34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대양금속이 올해 5월부터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영풍제지 주식은 전체 발행주식 수의 31.82%(1479만주)이며 대출금액은 560억원이다. 담보유지비율이 300%선일 때는 영풍제지 주가가 1만1000원대 아래로 가면 담보가 회수된다. 이때 채권자인 금융권이 주식 매도에 나서면 오버행으로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영풍제지 역시 제2하한가 사태 때처럼 시세조종 관련 수사에서 연루자들을 특정하면 거래정지가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행한 만큼 장기간 거래정지를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동일산업·방림 등 5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한 '제2하한가' 사태 당시 거래가 정지된 기간은 12거래일이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는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속속 100%로 상향 설정해 미수거래가 불가능하도록 막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증권사)는 종목별 재무 현황과 가격 변동성, 유동성, 신용거래융자 비중, 기타 시장 정보 등 다양한 요건을 토대로 증거금률을 산정한다.
[김제림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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