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현수막' 뒤늦은 자성 … 與 "野와 법개정 협의"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3. 10.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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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주말 대변인 논평 발표
"정치혐오 부르는 공해였다"
민주 "처리합의 분위기" 공감
작년말 옥외광고물법 시행후
시민불편·환경오염 민원 폭주

국민의힘을 시작으로 정치권이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현수막을 다른 내용으로 교체하겠다고 나섰지만 거리마다 넘쳐나는 현수막으로 인한 시민 불편은 여전하다.

정책·정치 현안과 관련해 '정당'이 내거는 현수막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아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이 아직 시행 중인 데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이들이 현수막을 걸 수 있는 기간도 종전보다 60일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수막 공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급증하면서 일부 지자체는 조례까지 개정하며 현수막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에서 먼저 나서고 시민들 불만이 커지자 정치권은 뒤늦게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현수막 공해에 대해 국민의힘이 먼저 반성한다"면서 "난립한 현수막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초래했으며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공해였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어 "지난 20일 국민의힘은 경쟁적으로 내걸렸던 정치 혐오성 현수막 철거를 시작했다"며 "철거 이후 후속 조치로 법 개정을 위해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전향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일단은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이 지난달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뒤늦게 여야가 나서고 있지만 그동안 시민들은 현수막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개정 옥외광고물법 시행 전 3개월 동안 6415건이었으나 시행 후 3개월간 1만419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법 시행 후 안전사고도 8건이 보고됐다.

법 시행 후 선거가 없었는데도 굵직굵직한 선거가 있던 작년보다 더 많은 현수막이 버려졌다. 그만큼 현수막이 많이 내걸렸다는 의미다.

'현수막 공해'의 출발점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 소속 김남국, 김민철, 서영교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안건을 통합한 행안위 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 핵심 내용은 정당의 현수막 설치에 대해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정당 현수막에 대해서만 허가·신고 및 금지·제한 등에 특례를 준 셈이다. 재석 의원 227명 중 204명이 해당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9명, 기권은 13명이었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 9명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기권 13표는 각각 국민의힘 의원 10명, 민주당 의원 3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표현을 담은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는 기간을 선거일 전 180일에서 120일로 단축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8월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인이나 각종 시민단체가 정치적 표현을 담은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는 기간이 종전보다 60일 늘어난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후보자들도 사전선거운동에 저촉되지 않는 내용이라면 현수막을 걸 수 있다. 총선 120일 전은 12월 12일이다. 이때까지는 현수막 공해가 더 증가할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자체에 민원이 빗발치면서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곳은 인천시다. 인천시는 지난 5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당 현수막을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하고, 지정 게시대에만 걸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한 후 조례를 위반한 정당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인천시를 상대로 상위법에 어긋난다며 대법원에 조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유가 없다"며 인천시 손을 들어줬다.

[서동철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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