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젠더감수성 'C' 낙제점…"성차별 여전"

상위 주요 직책·육아휴직 등에 차이…하위 5개 항목 모두 70점 이하

[아이뉴스24 박예진 기자] 직장 내 '젠더 감수성'이 여전히 부족해 많은 노동자가 성차별과 젠더폭력에 노출돼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외투를 입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직장갑질119 등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인들이 직장 내에서 느끼는 성차별 감수성 지수는 100점 만점에 73.5점으로 C등급을 받았다.

성차별 감수성 지수란 직장인들이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주요 성차별 상황(채용, 노동조건, 옷차림 등)을 20개 문항으로 만들어 동의하는 정도를 5점 척도로 수치화한 것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점수가 가장 낮은 항목은 '특정 성별이 상위 관리자급 이상 주요 직책에 압도적으로 많음'(주요직책·58.4점)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모성' 항목(60.3점)이 뒤를 이었고 '특정 성별을 선호하는 채용'(63.8점), '임금·노동조건 차이'(64.3점), '교육·배치·승진 차이'(64.7점) 순이었다.

점수가 가장 높은 문항은 성희롱 중 '성적 동영상·사진 등을 보거나 주고받는다'(82.8점), '성적인 대화나 농담을 한다'(81.8점)였다. 사적인 만남을 요구하거나 원치 않는 구애를 하는 '구애 강요'(81.4점), 원치 않는 상대와 사귀라고 하거나 소문을 내는 '짝짓기'(81.4점), 성별을 이유로 한 '해고'(80.3)가 뒤를 이었다.

또 비정규직, 저임금, 중소기업, 일반사원, 비사무직일수록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젠더 감수성 수준이 낮다고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은 20개 지표 중 '주요 직책'을 제외한 19개 지표에서 모두 정규직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평균 점수 격차는 6.7점으로, 격차가 큰 항목은 호칭(11.2점 차이), 성희롱(성적 대화·10점 차이) 등이었다.

이외에도 임금이 월 150만원 미만인 직장인의 직장 내 젠더 감수성 지수는 500만원 이상인 직장인보다 평균 5.3점 낮았다. 아울러 사무직(76.1점)보다 비사무직(71점)의 점수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감수성 지수는 여성 74.9점, 남성 72.5점으로 성별에 따라 큰 차이는 없었으나 '모성' 부문에선 여성(57.2점)이 남성(62.7점)보다 낮은 점수를 매겼다. 남성은 성적 동영상을 주고받는 성희롱(79.2점), 펜스룰(76.5점) 등에서 여성보다 낮은 점수를 줬다.

직장갑질119는 "90점 이상 나와야 정상적 젠더 감수성을 갖춘 일터라고 할 수 있는데 평균 73.5점에 그친 건 우리 일터가 법과 제도로 규율하는 기본 상식조차 지켜지지 않는 성차별·젠더폭력 무법지대라는 것"이라며 개선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박예진 기자(true.ar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