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열차는 사연이다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10. 22. 17:24
너를 지우는 시간이 길다
송정리역에서 내려 막국수 한 그릇 말아 먹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고개로 간다
몇몇 떠오르는 이들에게 연통을 넣을까 말까
깨끗이 밀고 네게로 잠행한다
(중략)
눈먼 살을 털고 이백여섯 개의 잠든 뼈를 들쑤셔
어둔 울타리에 갇혀 성난 울타리를 짜고 있는
너와 나를 지우며 간다 오래오래
품으로 깃드는 바람이 깊다
- 박관서 作 '광주행' 중
열차는 사연이다. 놓아두고 떠나온 것들과 떠나보낸 것들이 한꺼번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올라탄다.
시인에게 광주는 사무친 장소다. 나도 지우고 너도 지우면서 가버리고 싶지만 아무것도 지워지지 않는 곳이다. 생각하면 뜨거운 바람만이 가슴으로 밀려들 뿐이다.
열차 안에서는 누구나 사색가가 된다. 열차는 우리 마음에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얹어놓고 무심하게 달릴 뿐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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