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약해진 미국, 이스라엘의 운명은

남기현 기자(hyun@mk.co.kr) 2023. 10. 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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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쟁확산 막고자 애쓰지만
이스라엘, 대규모 반격 불가피
세계 곳곳 反유대주의 확산 속
이스라엘선 무슨 일 일어날까

2008년 금융위기 때 주목받던 책이 있다. '달러제국의 몰락'이다.

저자는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교수다. 그는 월가의 탐욕이 빚어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향력이 쇠락할 것임을 예견했다.

이후 수년간 강달러가 지속되자 그의 예견은 빗나간 듯 보였다. 심지어 '고립주의'를 표방했던 도널드 트럼프 시대조차 미국은 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새 중동 외교의 지평을 열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포해 이스라엘 국민으로부터 '제2의 고레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고레스는 고대 페르시아 왕이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왔던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키고 성전 재건을 허락했던 인물이다.

트럼프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확고한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아랍국들과 연쇄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중동 데탕트'가 열렸다. 반면 이란은 철처히 고립됐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중동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

바이든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책을 범했다.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의 득세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철군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미군은 쫓겨나듯 아프간을 빠져나갔다. 블랙호크 등 수많은 무기가 탈레반 수중에 들어갔다.

사우디에 대해선 빈살만의 인권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다가 관계가 틀어졌다.

바이든 정부는 사우디 대신 이란과의 관계 회복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급격히 가까워졌다. 미국이 이란 제재를 풀어주는 사이 미국과 이스라엘 간엔 묘한 갈등 관계가 형성됐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란의 기를 살려준 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불러왔다고 본다.

지금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늦어지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미국의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마스의 공격은 가뜩이나 울고 싶었던 이스라엘의 뺨을 때려준 격이기 때문이다.

이란에 이스라엘은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다. 이런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쥐는 걸 이스라엘은 용납할 수 없다.

올해 2월 이란 핵시설에서 농도 84%의 우라늄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 제조에 근접한 수준이다. '90% 농축' 단계에 이르기 전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폭격 가능성이 늘 제기돼왔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선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꾹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에 일격을 당한 만큼 이란 폭격의 명분을 얻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에서 전례 없는 충격을 받았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군인이 아닌 일반 국민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민간인이 이렇게 큰 피해를 입은 것은 2차 대전(홀로코스트)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 국민은 '울분'으로 가득 차 있다.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대규모 반격에 나설 공산이 크다. 머지않은 장래에 이란 핵시설 타격도 예상된다. 5차 중동전쟁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그 과정에서 국제 여론이 양분되다가 결국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자연스레 세계 각국에 살던 유대인들이 거처를 위협받는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많은 유대인이 고향 땅(이스라엘)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하나로 뭉치는 광경이 펼쳐질 수 있다. 이는 역사·종교적으로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세계는 이미 지난해 그 전조를 봤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살던 유대인 7만명이 이스라엘로 돌아온 것이다.

[남기현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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