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동해공장서 쌓은 기술력으로 美 진출"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가보니
172m높이 생산타워가 우뚝
직경 30㎝ 고품질 전선 탄생
해상풍력 뜨자 투자문의 봇물
유럽서도 합작 요청 밀려들어

강원 동해 LS전선 공장에서 기술자가 완성된 해저케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이음새 없는 해저케이블 한 줄 길이는 150㎞에 달한다. LS전선

"미국 공장 신설에 나선다. 유럽에서도 합작 요청이 밀려오고 있다."(김형원 LS전선 부사장)

지난 19일 찾은 강원 동해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아파트 4층 높이의 건물 내부에는 상하좌우로 기계 설비가 가득했다. 구리, 폴리에틸렌 등이 기계를 통해 직경 30㎝가량의 굵직한 전선으로 탈바꿈됐다.

건물 밖에는 검은 바탕에 노란 줄이 칠해져 눈에 확 띄는 완제품 한 가닥이 기둥 위 통로를 따라 이동했다. 공장에서 4차선 도로 너머에 있는 동해항의 배에 실리기 위해서다. 다만 아기가 기어가는 것처럼 느리게 움직였다. 하루 종일 선박에 실을 수 있는 케이블 양은 2.5~3㎞에 불과하다.

여상철 LS전선 동해공장장은 "초고압 해저케이블은 도체(전기가 통하는 물체)와 절연체 사이에 조그만 이물질 또는 기포만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폭발한다"며 "신뢰성이 중요한 제품으로 모든 작업을 천천히 신중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 공장장은 2008년부터 동해공장과 함께해왔다. 2009년 준공된 동해공장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해저케이블 사업 진출을 발표한 뒤 기술이 있는 선진국 기업의 방해가 상당했다"며 "중고 설비 매입이 어려워 하나부터 열까지 독자 개발했다"고 말했다.

맨땅에 헤딩하며 쌓았다는 기술력은 공장을 운영할수록 축적됐다. 2·3공장에 이어 지난 5월 가동을 시작한 4공장까지 매번 노하우를 반영해 공정을 개선했다. 특히 4공장에는 추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172ｍ 높이의 생산타워가 들어섰다. 타워에서는 수직으로 세운 도체에 플라스틱 유체를 흘려 감싸는 과정이 진행된다. 지구 중력을 이용해 균일한 원 모양의 전선을 쉽게 만드는 셈이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력은 글로벌 톱티어로 평가받는다. 경쟁사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일본에서 각각 1곳으로 총 4개 기업에 불과하다.

해저케이블 기술은 LS전선의 몸값을 한껏 높이고 있다. 전 세계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 수요 확대로 해상풍력발전이 주목받자 해저케이블 기술도 덩달아 중요해졌다. 바다에서 발전한 전력을 육지로 송전하려면 해저케이블이 필수로 요구된다.

이상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성장 산업에다 신재생이라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금융 지원 또는 합작하자는 회사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영국에도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형원 부사장은 "유럽 전력망은 독일을 기반으로 한 내륙과 영국 중심의 섬으로 나뉜다"며 "해상풍력과 관련된 해저케이블 생산공장 후보지는 영국 위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S전선이 해외 생산거점을 추진하는 이유는 비싼 운송비다.

김 부사장은 "해저케이블은 무겁고 특수선만 운송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유럽까지면 판매가의 15~20%가 운송비에만 쓰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거리 운송 시 경쟁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거점별로 생산공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 김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