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쪼개기 매각, 국가적 손해 아닌가"… 이사회 진통 예고
아시아나 실적 버팀목 돼온
화물사업부 매각 여부 결정
이사회서 4명 동의 얻어야
"한진해운 사태 되풀이 곤란"
복수 항공사 유지 목소리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운명이 오는 30일 이사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는 화물사업부 매각이 아시아나의 이익에 반하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한편 매각이 무산되면 대한항공에 상환해야 하는 재무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을 두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다.
각 시나리오의 득실을 가늠해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를 택하는 '차악의 선택'이 불가피해 보인다. 해외 경쟁당국 요구에 맞춰 알짜 자산인 공항 슬롯(이착륙 권리) 반납과 화물사업 매각이 진행되면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업의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0일 개최될 이사회의 주요 안건으로 거론되는 사안은 화물사업 매각 여부다. 앞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시 유럽과 한국 간 주요 여객·화물 노선의 경쟁제한(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슬롯 반납과 화물사업 매각 등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대한항공이 이달 말까지 EU 경쟁당국에 시정안을 제출하려면 아시아나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다. 아시아나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과반인 4명, 반대에는 3명의 표가 필요하다.
합병을 위한 마지막 열쇠를 쥔 이사회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당국 주도 아래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를 육성하겠다는 당초 기업결합의 취지가 사라졌다는 견해 역시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 인수자인 대한항공의 주도 아래 아시아나의 주요 사업 부문을 매각한다면 아시아나 자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 이사회는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의견이다.
대한항공은 화물사업부 외에 독점이 우려되는 주요 노선과 기재, 인력을 추가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어서 화물사업부 매각을 시작으로 아시아나 '쪼개기 매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이사회가 시장에 던지는 화두는 '화물사업부 매각'이 아시아나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다. 대한항공의 EU 합병 심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시아나 자체 수익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복수 국적항공사를 유지해 국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도 만만찮다.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한 뒤 정작 해운업 호황을 국내 해운업계가 제대로 향유하지 못한 뼈아픈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 당시에도 화물을 외국 배에 싣는 게 무엇이 문제냐는 논리가 있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며 "아시아나가 항공화물 커버리지를 포기하면 국가적 측면에서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시아나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여객사업 외에도 화물 부문 역량을 키워왔다. 그 효과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드러났다. 아시아나 화물사업은 2021년 팬데믹 당시 3조원을 넘어 여객 매출을 상쇄하면서 실적 방어 노릇을 톡톡히 했다. 현재는 운임비용이 정상화돼 화물사업 비중이 아시아나 전체 매출액의 20%대 수준에 달한다.
화물기 11대도 30년을 전후할 만큼 노후화한 데다 아시아나가 보유한 부채(12조원)를 고려하면 인수자가 조 단위 부채도 함께 떠안을 수 있어 높은 가격에 팔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업계는 아시아나의 쪼개기 매각으로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의미가 옅어진 데다, 경영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엔데믹에도 아시아나의 영업력이 뒤처지는 점을 우려한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항공업계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각국 승인 과정에서 양보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갖췄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희 기자 / 최현재 기자 /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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