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용기, 선한 기부] "신용불량자일때도 기부하며 용기얻어"
10년 전 빚더미에 고시원 전전
밤낮없이 일해 가난에서 탈출
지역 아동센터 등 복지기관에
행복한 간식 배달로 온기 나눠
대만인 아내도 기부왕 곧 등극
"내가 얻은 용기 나눠주고 싶어"
10년 전인 2013년 겨울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을 지나던 이희상 씨(44·사진)는 한 가지 다짐을 하게 된다. "나도 언젠가 온도계 눈금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이씨는 월 20만원짜리 고시원에 살면서 하루 14시간씩 일하며 빚을 갚던 신용불량자 신세였다.
그로부터 10년 뒤 이씨는 견실한 세무법인의 본부장이 됐다. 신불자에서 어엿한 직장인으로 변신한 그는 그사이 또 하나의 꿈을 이뤘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치킨 간식을 배달하는 '행복 전도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최근 전북 전주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씨는 처음 치킨 기부에 나섰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2020년쯤 한 온라인 카페에서 여전히 1년에 단 한 번도 치킨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시글을 읽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 신문지에 싸인 시장 통닭을 먹으며 행복했던 시절이 떠올랐다는 이씨. 그는 "아이들에게도 같은 행복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길로 곧장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1000만원을 기부했다. 아이들의 치킨 간식비로 써 달라고 당부했다. 저소득층과 한부모·조부모 가정 아이들이 있는 지역아동센터 69곳에 치킨이 배달됐다.
그렇게 이씨의 기부 인생이 시작됐다. 매년 세 차례씩 치킨 기부를 이어갔고 금액만 1억원이 넘게 됐다. 올해 초에는 어려운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지역 종교단체에 수백만 원을 전달했고 지금은 전주지역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돕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물론 올해 성탄절에도 치킨 기부에 나선다.
이씨는 그야말로 바닥과 같은 인생을 살았다. 단칸방에서 일곱 식구가 함께 지내며 다리도 못 펴던 시절이 있었다. 한창 공부할 나이인 17세에는 파주산업단지에서 일하다 기계에 다쳐 오른쪽 검지손가락 첫마디를 잃었다. 성인이 돼서도 가난은 멀어지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호주까지 가서 워킹홀리데이로 돈을 벌어와야 했다.
한때 수천만 원대 빚을 갚느라 낮에는 보험 영업 콜센터에서 일하고 밤에는 새벽 2시까지 식당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통장 한쪽에서는 매달 2만원씩 기부금이 빠져나갔다.
호주에서 만나 결혼한 대만인 아내도 이씨의 기부 파트너다. 아내는 연말이면 기부금액이 1억원 이상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자격을 갖춘다.
"나 역시도 처음 기부하는 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 약간의 용기를 내니 행복이 찾아왔어요. 첫발만 떼면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질 것입니다."
[류영욱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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