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어린이, 우리의 미래

디즈니 임원이 되면 디즈니 테마파크에서 하루 동안 직접 캐릭터가 되어 고객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필자는 미국 디즈니랜드에서 영화 '메리 포핀스'에 등장하는 펭귄 캐릭터가 되어 방문객을 맞이했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어색하기도 했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나 너무나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을 마주한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감동이었다. 이후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이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디즈니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되새기곤 한다.

미디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는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미래 세대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소중한 순간과 추억을 선사하고 즐거움과 영감을 제공하는 것은 미디어 기업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 때문에 업계는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여러 콘텐츠가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하고 시대가 바뀌면서 달라진 가치를 반영하려고 애쓰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은 미디어 및 문화산업의 중요한 이용자일 뿐 아니라 다음 시대에 창의성을 발휘할 인재이며 근본적으로는 세상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미래의 주인공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미디어를 접하고 미디어에 둘러싸여 성장해가는 현대 시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업계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과 상상력 등 재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애니메이터, 웹툰 작가, 유튜버와 같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스토리텔러를 꿈꾸는 학생과 아동들에게 리소스 지원, 멘토링, 학습 기회 등을 지원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일례로 디즈니에서는 교육과 리소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아동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개발하고자 하는 취지로 차세대 스토리텔러의 성장을 지원하는 '디즈니 퓨처 스토리텔러(Disney Future Storytellers)'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많은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미디어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미디어·콘텐츠를 활용해 위중증 환아들과 그 가족들이 병원을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할 수 있고 환아들의 여러 가지 소원을 이루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실에 치여 꿈과 희망을 갖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 시대에 새로운 꿈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상상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그들이 마음껏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꿈을 꾸고 실현해갈 수 있도록 사회와 기업들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한다.

[김소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