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1차전은 ‘반전 스릴러’···‘가을영웅’은, 엘리아스 잡은 ‘대타 김성욱’
가을야구는 때때로 ‘반전 스릴러 ’가 된다. 극 중반부까지 관객들이 짐작했던 범위를 벗어난 누군가가 나타나 극 전체의 결말이 급변하듯 ‘깜짝 히어로’가 등장하기도 한다.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NC-SS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전체 흐름을 끌고 간 선수는 SSG 외국인 좌완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였다. 엘리아스는 극강의 에이스 시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압도적인 피칭으로 NC 타선을 눌렀다. 7회까지 삼진 6개를 잡아낸 가운데 4사구 없이 2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했다. 더구나 투구수는 고작 78개. 9회를 채워도 투구수가 100개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SSG 벤치에서 찜찜할 수 있었던 것은, 팀 타선이 득점 찬스를 번번이 놓치며 0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은 점뿐이었다.
엘리아스 역시 오직 1점의 지원 사격에 목말라 있을 때, 엉뚱한 곳에서 이날 경기의 영웅이 튀어나왔다.
0-0이던 8회초 1사 1루. 강인권 NC 감독은 8번 오영수 타석에서 대타 김성욱을 기용했다. 오른손 타자인 김성욱은 엘리아스가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30% 이상 구사율을 보이는 체인지업을 중심에 놓고 받아쳐 좌중간 선제 투런홈런으로 연결했다.
시속 140㎞ 후반대 패스트볼을 던지던 엘리아스의 139㎞ 체인지업이 바깥쪽 보더라인 안쪽으로 가라앉았지만, 김성욱은 체인지업을 계산에 넣은듯 타이밍을 빼앗기지 않고 자기 스윙을 했다.
강인권 감독이 경기 전 구상을 과감히 버린 것이 최상의 결과로 나온 것이기도 했다. 오영수는 강 감독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플레이어’로 지목했던 선수. 강 감독은 오영수의 최근 타격감이 상승기에 있다는 점을 들어 주전과 백업을 오가는 그를 선발 1루수로 기용했다. 그러나 오영수가 앞선 두 타석에서 2타수 무안타 삼진 1개를 당하는 등 흐름이 좋지 않자 방향을 급선회해 대타 카드를 꺼냈다. 그곳에서 승부가 갈렸다. 김성욱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MVP(최우수선수)로 뽑혔다.
NC는 2-1이던 9회초 제이슨 마틴과 서호철의 적시타로 2점을 더 달아났지만, 마무리 이용찬이 4번째 투수로 올라온 9회말 무사에 하재훈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해 4-3으로 쫓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찬이 후속 최지훈과 김성현을 범타 처리하고 대타 김강민마저 삼진으로 낚아내며 천신만고 끝에 1승을 먼저 챙겼다.
정규시즌 4위로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올라온 NC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로 정규시즌 2위 KT가 선착해 있는 플레이오프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5전 3승제의 역대 준플레이오프 14차례 중 1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횟수는 10회로 71%에 이른다.
NC 선발 신민혁이 경기 중반까지 엘리아스에 밀리지 않는 피칭을 한 것도 돋보였다. 신민혁은 5.2이닝 4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사실상 에이스를 내세운 SSG 벤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SSG는 이날 경기에서 3차례 무사 1·2루 기회를 만들고도 0-2이던 8회 1사 1·3루로 이어진 기회에서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1점밖에 내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SSG는 23일 2차전 선발로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예고했다. NC는 오른팔 타박상을 털어내고 이날 불펜 피칭을 한 에이스 에릭 페디의 등판을 한번 더 미루면서 우완 송명기를 선발 마운드에 올린다.
문학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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