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에게 한국은 좁다?…‘외인 킬러’의 한 방, 이번에도 터졌다[준PO1 MVP]
잠시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NC 외야수 김성욱(30)은 팀의 미래를 책임질 장타자 중 하나였다.
김성욱은 이 사실을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다시금 각인시켰다.
이날 NC는 8회 간신히 잡은 찬스를 날릴 뻔 했다. 무사 1루에서 김형준의 땅볼을 SSG 선발 로에티스 엘리아스가 2루에 송구하며 선행 주자를 아웃시킨 것이다.
8회 전까지 엘리아스에게 단 2개의 안타밖에 빼앗지 못했던 NC로서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김성욱이 아쉬움을 한 방으로 날려버렸다. 타석에 나온 김성욱은 엘리아스의 초구 체인지업을 주저하지 않고 바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 홈런을 발판으로 NC는 4-3으로 승리하며 1차전에서 기선을 잡았다. 김성욱은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뒤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32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은 김성욱은 팀의 원년 멤버 중 하나다. 그리고 1군 세번째 해인 2015년 125경기 풀타임을 뛰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 해 홈런은 3개에 불과했지만 장타율이 0.348로 가능성이 있었다.
연차가 쌓이면서 그의 성공을 점치던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한 코칭스태프는 김성욱에게 “네가 잘하면 우리 팀이 우승한다”라며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성욱은 2016년에는 130경기를 뛰며 15홈런을 쏘아올리며 처음으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좀처럼 꾸준함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시즌 초반에 부진하는 전형적인 슬로스타터였다. 2018년에는 13홈런으로 다시 두자릿수 홈런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좀처럼 외야 주전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만의 뚜렷한 강점이 있었다. 바로 외국인 투수들 상대로 강했다는 점이다. 김성욱은 2016년에는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홈런을 쏘아올렸고 그해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데이빗 허프를 상대로도 장타를 쏘아올리는 등 내로라하는 외인 투수들을 무릎 꿇리곤 했다.
이번에도 김성욱은 외국인 투수 엘리아스를 상대로 홈런을 쏘아올리며 강한 면모를 증명했다. 김성욱의 이 홈런으로 NC는 1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인 71%(14번 중 10번)를 가져가게 됐다.
경기 후 김성욱은 “처음 쳤을 때에는 홈런이라고 생각은 안 했었다. ‘제발 넘어가라’는 생각으로 뛰고 있었는데 타구가 넘어갔고 더그아웃에 들어오면서 많은 축하를 받았다. 예전 포스트시즌에서 쳤던 홈런들이 생각나서 많이 좋았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로 홈런을 잘 치는 비결은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지만 주변에서 해외 진출 ‘추천’이 쏟아지곤 한다. 김성욱은 “왜 잘 치는지 모르겠지만, 권희동이 형 등 다른 형들이 ‘너는 한국이랑 안 맞다, 메이저리그’에 가야된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며 웃었다.
김성욱은 스스로를 ‘행운아’로 꼽았다. 군입대 직전인 2020시즌에는 팀의 통합 우승 일원으로 활약했고 돌아온 뒤 첫 해에 또 가을야구를 누리게 된 것이다. 김성욱은 “다시 돌아왔을 때 가을야구 진출하게 되어서 좋다. 내가 ‘행운의 상징’인가 싶기도 하다. 앞으로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도움이 많이 되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인천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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