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옷 입던 고객이 딸과 함께 찾아올 때 기쁨 느껴요
'섹시·페미닌·럭셔리' 3가지
디자이너로서 평생 추구해와
33년간 백화점서 꾸준한 사랑
1990년 갤러리아백화점에 처음 입점한 뒤로 33년간 국내 주요 백화점 여성복 층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가 있다. 바로 '손정완(SON JUNG WAN)'이다. 30년 넘게 디자이너의 이름 세 글자를 내세운 브랜드로, 주요 백화점 3사에 40개 매장을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현재 손정완이 유일하다.
33년은 강산이 세 번 변하고도 남는 세월이다. 꿈 많은 아가씨였던 여성이 어느덧 장성한 자녀를 둔 엄마가 되었을 수도 있다. 젊은 시절부터 찾던 옷가게를 수십 년이 흘러 딸과 함께 방문하는 것은 여성들이 한 번쯤 꿈꿔보는 로망이 아닐까.
지난 20일 서울 압구정 손정완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손정완 대표는 고객에게 이러한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디자이너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세월이 흐르며 고객 연령대가 높아졌지만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내 옷을 입던 고객들이 딸과 함께 매장을 찾는 것을 보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었을 때는 혈기가 왕성해 실험적이고 톡톡 튀면서도 임팩트 있는 디자인에 열중했지만, 지금은 '어떤 걸 덜어내야 완벽할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며 "우리 고객들도 점점 나이가 들면서 더 세련되어지고 있다. 성숙해질수록 더 완벽해져가는 과정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참 좋다"고 소녀처럼 맑게 웃었다.
손 대표에게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그는 "성실하게 꾸준히 해온 덕인 것 같다"며 "아무리 재능이 있는 사람도 성실하게 꾸준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재능이 뛰어나면 좋겠지만, 성실함과 꾸준함이 있어야 도태되지 않고 전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실함과 꾸준함은 손 대표의 강점이다. 그는 한국 디자이너로서 유일하게 2011년부터 올해 9월 2024 봄여름(SS) 시즌까지 벌써 23번이나 뉴욕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진행했다. 매년 두 번의 컬렉션을 진행하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지만, 그만의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이걸 해내지 못하면 디자이너로서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는 마음을 갖고 컬렉션 때마다 시험 보는 학생처럼 임한다. 뉴욕 패션위크는 나에게 더 성숙해지고 더 완벽한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시험 같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뉴욕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스프링 스튜디오에서 열린 손정완의 2024 SS 컬렉션은 '하모니(HARMONY)'가 주제였다. 사람과 자연이 제시하는 풍부한 컬러와 질감, 패턴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내년이면 그가 '손정완'이라는 회사를 차린 지 딱 30년이 된다. 1989년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앞에서 모친에게 돈을 빌려 제 이름을 내걸고 시작한 작은 부티크숍은 1994년 손정완이라는 패션 기업으로 거듭났고, 이어 대한민국 여성복 역사에 획을 그은 브랜드로 성장했다.
브랜드가 지금처럼 꾸준하기만을 바란다는 손 대표는 "제가 디자이너로서 평생토록 추구해온 게 '섹시, 페미닌, 럭셔리'다. 이 3가지는 여성들의 영원한 로망"이라며 "그 영원한 로망처럼 내 브랜드가 내가 죽어도 살아 있었으면 하는 게 내 꿈"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에서도 100년이 넘게 지속되는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면서 "한국은 패션에 대한 역사가 짧아 디자이너에 대한 지원이 열악하다. 브랜드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정완 대표
△1958년 서울 출생 △1977년 서울여고 △1982년 숙명여대 미술대 산업공예과 △1989년 '손정완' 브랜드 설립 △2011년 뉴욕 패션위크 데뷔 △2012년 GS홈쇼핑 협업 브랜드 'SJ. WANI' 론칭 △2021년 남성복 라인 '와니니(WANINI)' 출시
[ 김효혜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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