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텐' 매출 1조 눈앞 … 세계 최고 SPA로 키우겠다
누구나 살 수 있는 '좋은 옷' 만들고파
자체소재 개발로 가성비 높이려 총력
3~4년내 해외 진출해 글로벌서 경쟁
한국 토종 SPA(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직접 운영) 브랜드 '탑텐'이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인 약 9000억원을 올릴 전망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올해 80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탑텐은 유니클로를 완전히 따돌리고 명실상부 국내 1위 SPA 브랜드로 올라서게 됐다.
탑텐의 질주는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제친 것에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탑텐을 운영 중인 신성통상은 내년 탑텐이 국내 브랜드 최초로 단일 브랜드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매장만 690개다. 3~4년 내에는 해외에 진출해 자라, H&M과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와 정면승부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 신성통상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패션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탑텐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진정성'을 꼽았다. 그는 "40년 전 서른 살에 창업했을 때부터 소비자를 만족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좋은 옷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옷에 진정성을 담았고 그게 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염 회장은 수년 전부터 탑텐의 경쟁사로 유니클로를 꼽으며 "유니클로를 따라잡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가 바랐던 대로 탑텐이 유니클로를 제치고 국내 1위 SPA 브랜드가 된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행운이 따랐던 것"이라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난 덕분에 우리가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지 않나. 냉정하게 판단해서 아직 품질 면에서는 유니클로에 비해 미진한 부분이 있다.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노력은 곧 '좋은 옷'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탑텐의 슬로건인 '굿웨어(Good wear)'에는 "좋은 옷, 좋은 생각으로 일상의 행복을 고객들에게 전한다"는 염 회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 탑텐은 매 시즌 고객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을 연구해 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으로 품질 향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탑텐의 대표 상품이자 베스트셀러 상품인 '온에어'와 '쿨에어'도 탑텐이 직접 개발한 코튼모달 소재를 사용한다. 염 회장은 "소재 개발에 정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소재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소재 R&D팀 직원만 27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좋은 옷은 좋은 가격이어야만 한다는 게 염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돈이 있건 없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로 입으면 행복해지는 옷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SPA 브랜드는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염 회장은 최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책임·투명경영(ESG)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ESG에 있어서도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회사 내부에서부터 ESG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해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 회장은 상장사인 신성통상 이외에도 가방 OEM·수출업체인 가나안, 지오지아와 폴햄 등 캐주얼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이션패션 등 비상장사도 운영하고 있다. 관계사들의 전체 매출을 합하면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염 회장은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패션은 오프라인 매장 운영과 재고 부담이 있어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염 회장은 "탑텐을 세계 최고의 SPA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힘을 더 키워 자신이 있을 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4년 뒤에는 해외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유니클로와 자라를 넘어서는 걸 내 생전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꿈으로 그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꾼다"고 말했다.
염태순 회장
△1953년 서울 출생 △1973년 경동고 △1980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1983년 가나안상사 설립 △1985년 (주)가나안 법인 대표이사 △2002년 신성통상 인수 △2002년~현재 신성통상 대표이사 회장 △2004년~현재 에이션패션 대표이사 회장
[김효혜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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