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한국, 저성장 탈출하려면
지난 19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가 10년 만에 한국 경제 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내용은 약간 눈에 익은 것이었다. 한국은 20년 가까이 저성장을 이어오고 있고,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 국면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 발표 뒤 이어진 외신 기자의 질문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충격이 왔다. '또 다른 변화를 이뤄낼 의지와 에너지가 한국에 남아 있긴 하느냐'는 것이었다. 한국은 전쟁 이후 유례없는 성장을 이뤄낸 만큼 그 경제적 역동성에 있어선 국내외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부를 이룬 지금도 한국 정부와 기업이 예전 같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낼 동기가 있느냐는 회의론이었다.
사실 따져보면 그런 의문을 가질 만한 근거는 넘쳐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은 2005년에 비해 한 개 항목밖에 바뀌지 않았다. 1965년에서 1985년으로 넘어올 때 6개, 1985년에서 2005년으로 이행할 때 다시 6개가 바뀐 것과 비교하면 산업 역동성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얘기다. 10년 전 맥킨지가 한국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과도한 사교육비와 부동산 비용'은 두말할 것도 없다.
외신 기자의 질문 속 '뼈'처럼 한국이 저성장 국면을 헤쳐 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절박함이라 생각한다. 저출산 문제, 에너지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같은 산적한 과제 해결에 대한 절박함 말이다.
맥킨지의 보고서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과제는 쇠락하는 전통산업부터 과감하게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이어 에너지·바이오 등 초격차를 벌릴 수 있는 새 먹거리를 빠르게 육성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성장을 추구할 유인을 가질 수 있도록 세제 개편 등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보고서는 이런 변화가 완성되면 2040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만달러가 가능하다고 제시한다. 중국·미국·인도·일본·독일·영국에 이은 글로벌 7위다. 요원해 보이긴 하지만 과거 60년간 이룬 GDP 400배 성장은 어디 쉬운 일이었겠나.
[강인선 지식부 rkddls4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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